"클럽 수 14개로 못박은 건 특별한 이유없는 우연일 뿐"

입력 2020-01-20 14:10   수정 2020-01-21 03:19

“15번째 골프클럽, 골프화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골프화 광고 문구다. 골프화가 중요한 골프장비라는 의미를 담았다. 클럽은 모두 14개라는 게 전제다. 골프규칙 4.1b에는 ‘플레이어는 14개가 넘는 클럽을 가지고 라운드를 시작해서는 안 되며 라운드 동안 14개가 넘는 클럽을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적혀 있다.

193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골프클럽 수에는 제한이 없었다. 영국 선수는 10개 안팎, 미국 선수는 20개가 조금 넘는 클럽을 사용하는 게 당시엔 일반적이었다.

그러던 중 1934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브리티시아마추어선수권 대회가 클럽 개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국 선수 로슨 리틀이 무려 32개 클럽으로 이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게 발단이 됐다. 캐디백에는 여러 개의 드라이버와 퍼터를 비롯해 아이언이 17개, 우드도 5개나 들어 있었다. 골프공도 수십 개 들어 있어 그의 캐디는 “클럽이 너무 많아 백이 무겁다”며 캐디피를 더 줄 것을 요청했다.

리틀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클럽 덕분에 이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를 계기로 클럽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로버트 해리스 영국왕립골프협회(R&A) 규칙위원회 위원장이 1936년 ‘14개 이하 클럽 사용규칙’을 제안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1938년, R&A는 1939년 이 제안을 수용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왜 13개나 15개가 아니고 하필 14개일까. 해리스는 자신의 저서 《골프 60년》에서 “14개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떠오른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최진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경기위원장도 “14개로 정해진 것은 골프 역사에서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개수는 우연히 정해졌지만 ‘공평’을 강조한 골프 규칙이기 때문에 어기면 벌칙을 받는다. 스트로크플레이 방식의 대회에서 14개를 초과한 클럽을 사용하면 위반한 홀마다 2벌타, 한 라운드 최대 4벌타가 부과된다.

지난 16일 한국인 최초로 USGA로부터 ‘밥 존스 상’을 받은 박세리(43)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2003년 한·일 대항전에서 클럽을 16개 넣고 출발했다가 이 사실을 발견한 4번홀에서 자진 신고해 벌타를 받았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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