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음식…연극계 '2色 코드'로 뜬다

입력 2020-01-20 17:46   수정 2020-01-21 03:12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서울 명동예술극장, 두산연강재단의 두산아트센터, 서울문화재단의 남산예술센터 등 국내 대표적인 연극 전문 공연장들이 올해 ‘여성’을 재조명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인다. 다양하게 설정한 시공간 배경에 성 역할 전복 등 참신한 구성을 접목한다. 작가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각색해 여성과 역사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작품도 무대에 올린다. 일상적 소재인 ‘음식’을 새롭게 해석한 기획 시리즈도 눈길을 모은다.


여성들의 연대, 모계 중심 사회 등 다뤄

국립극단이 2월 28일~3월 22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리는 ‘화전가’는 1950년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을 배경으로 오직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여인들의 삶을 다룬다. 배삼식 작가가 대본을 쓰고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한다. ‘화전가’는 여인들이 봄날에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것을 노래한 작품을 의미한다. 예수정, 전국향 등 뛰어난 연기로 호평받고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새롭게 각색한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오는 6월 2일부터 닷새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극단 초청으로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 20년 만에 내한한다. 작품은 모계 중심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캐릭터도 관습적인 성 역할을 정반대로 뒤집어 새롭게 만들어냈다.

두산아트센터는 예술가로서의 여성을 조명한 ‘뜻밖의 여자’를 다음달 27~29일 공연한다. 40세 이하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두산아트랩’에 선정된 작품이다. 안정민이 대본을 쓰고 직접 연출했다. 민채와 순영은 영화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여배우로서의 순수함과 섹시함을 연구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 여행을 통해 여성들의 과거와 미래를 경험하며,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강의 소설을 통해서도 여성을 재조명한다. 국립극단은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를 무대에 올린다. 벨기에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5월 6일~6월 7일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알루이는 지난해 한국을 찾아 한강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여성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연극 ‘휴먼 푸가’도 오는 5월 13~24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11월 초연에서 호평을 받았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참혹한 운명을 그린다. 이들의 고통을 다양한 움직임과 오브제를 활용해 표현한다.

혼밥에 담긴 고독과 욕망 조명

가장 보편적 소재인 음식을 통해 인간과 삶을 성찰하는 작품들도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두산아트센터는 4~7월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의 주제를 ‘푸드(food)’로 정했다. 먼저 ‘혼밥(혼자 먹는 밥)’에 담긴 고독과 욕망을 다룬 ‘1인용 식탁’이 공연된다. 주인공 인용은 직장 동료들에게 이유도 모른 채 소외돼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한다. 하지만 혼밥을 하는 것이 왠지 어색하고 서툴다. 인용은 혼밥하는 법을 배우려고 학원에 등록한다. ‘1인용 식탁’에 이어 교도소 수감자들의 설 특식 쟁탈전을 다룬 ‘궁극의 맛’, 먹는 행위에 담긴 의미와 식문화를 되짚어보는 ‘식사’가 무대에 오른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먹는 행위는 생존을 위한 수단보다는 개개인을 표현하는 지표에 더 가까워졌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를 둘러싼 담론도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며 “음식을 다루는 작품을 통해 먹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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