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극장·방송가 접수한 금융스캔들 '론스타'[이슈+]

입력 2020-01-21 09:20   수정 2020-01-21 18:06


"론스타는 2012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외한은행 매각 지연의 책임을 물어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국제소송(ISD)을 제기했다. 소송에 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 사건은 진행중이며,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없다."(영화 블랙머니 엔딩)

희대의 금융스캔들로 꼽히는 '론스타'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론스타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와 tvN드라마 '머니게임'이 잇따라 제작되면서다.

영화 블랙머니 엔딩의 자막처럼 론스타 사건은 1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 인수합병(M&A) 사건의 소송(ISD)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론스타 소송에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기업이 낸 ISD에서 한국 정부가 첫 패소한 사례여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3000억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도 불똥이 튈 지 촉각이 선다.

대체 론스타 사건이 무엇이기에 17년 동안 대한민국 금융 역사를 흔들고 있을까.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론스타가 국내 대형은행인 외환은행을 헐값인 1조4000억원에 매수한 뒤 3년만에 4조500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둔 사건을 말한다. 2003년 당시 자금난에 허덕이던 외환은행을 인수할 기업이 없자 론스타가 등장, 헐값에 매수한 뒤 비싼 값에 팔며 이른바 '먹튀'를 했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 의혹에 휩싸이며 비난 여론이 일자 정부는 2011년 매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매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며 ISD를 제기, 현재까지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론스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올린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론스타 사건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자본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동시에 사모펀드에 대한 비난 여론도 강해졌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서 눈여겨 볼 포인트는 3가지다. △론스타의 인수 자격 논란 △지속적 고액배당 △수익 극대화를 위한 일방적인 재매각 문제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론스타의 인수 자격 논란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은 기업들의 대규모 부실을 떠안으며 자금난을 겪었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타 은행과 합병됐고, 문을 닫는 은행도 있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인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꿔 인수를 허용했다. 이에 인수 과정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금융자본이어야만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또 동일인은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다만 당국의 승인을 거쳐 한도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예외승인'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특례를 적용했다.

론스타가 금융자본이냐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냐는 점도 쟁점이 되고 있다. 계열사 중 산업자본 계열회사의 자산 합계가 2조원 이상이거나 그 비중이 25% 이상이면 비금융주력자로 규정된다. 비금융 주력자는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어,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은행 지분 보유에 제한을 받고 있다.

금융자본으로 인정됐던 론스타는 2011년 일본에 3조7000억원 상당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론스타는 2008~2010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론스타의 적격성 논란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간부회의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라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성립되지 않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형석 최고위원 또한 "론스타 사태는 일명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금융 관료들의 묵인 내지는 결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사법당국은 론스타 사태와 관련한 금융관료들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이미 행동에 나섰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해 12월11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사건과 관련된 핵심인물들을 엄정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진정을 냈다. 이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절차에서 승인권자 혹은 허가권자와의 공모나 방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뇌물죄와 직권남용죄, 은행법 위반죄의 공범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2006년 9월 수사 중간발표에서 책임이 드러난 론스타 부회장이자 론스타 파견 외환은행 이사인 엘리스 쇼트, 론스타 한국 지사장인 스티븐 리, 론스타 파견 외환은행 이사 마이클 톰슨은 모두 해외로 도주해 기소중지 중이다. 론스타 분쟁에서 국내 핵심 인물로는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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