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우진하 "시조·랩 결합한 뮤지컬…6000번 수정해 흥행"

입력 2020-01-21 17:37   수정 2020-01-22 03:25

최근 한국 공연예술계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 발상을 앞세운 창작자들의 등장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이전에 없던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는 물론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 높은 무대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얻고 있다. ‘2020 공연예술 파이어니어’는 올해 공연예술계를 빛내고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창작자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6~8월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제작진과 창작진, 배우 모두 ‘무명’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대본을 쓴 작가부터 작곡가, 안무가, 배우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이었다.

연출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상업 공연 연출 경험이 없는 연출가 우진하 씨(30)의 데뷔작이었다. 원래 창작 초연 뮤지컬에는 관객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데다가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도 없어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초반 유료 객석점유율은 50%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제대로 놀 줄 아는 ‘조선 스웨그’가 탄생했다”는 등 호평 일색의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전석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초연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도 열린다. 다음달 14일부터 4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이 작품이 다시 오른다. 우씨는 21일 “데뷔작으로 흥행까지 한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며 “작가, 작곡가와 함께 6000여 번 수정을 거치면서 전통과 현대를 재밌게 융합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조와 랩 결합해 흥과 한 표현

이 작품은 2017년 대학교 과제로 출발했다. 서울예대 공연창작부에 다니던 우씨는 창작 뮤지컬 개발 수업에서 박찬민 작가, 이정연 작곡가를 만나 팀을 이뤘다. “‘작품 하나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셋이서 합숙을 하다시피 했어요. 작곡가 집에서 사흘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작업한 적도 있었죠.”

열정은 결실로 이어졌다. 학교 무대에 올랐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지원사업 ‘창작산실’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크리에이터 발굴 지원사업 등에 잇달아 선정됐다. 지난해 공연기획사 PL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상업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이야기는 시조가 금지된 조선시대에 15년 만에 ‘전국 시조 자랑’이 열리며 시작된다. 자유롭게 시조를 읊는 세상을 꿈꾸는 ‘단’과 비밀을 감추고 있는 시조꾼 ‘진’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이 펼쳐진다.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조와 힙합의 결합이다. 랩으로 시조를 읊는 장면에서 젊은 관객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조선과 힙합, 시조란 세 개의 키워드로 시작했습니다. 시조 압운과 힙합 라임이 닮았잖아요.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도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힙합 배틀 방식과 비슷하죠.”

연출에서 주력한 점도 우리 민족만의 ‘흥’과 ‘한’이었다. “한이 쌓여 분출되는 게 흥이라고 생각했어요. 슬프면 슬프다고 우는 게 아니라 흥으로 훌훌 털어버리죠. 백성들이 시조에 담긴 한과 흥에 반응하기 시작하고 그 파동이 퍼져가는 모습을 잘 표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한국적 이야기를 하는 연출가 되고파”

작품 수정 과정에서 많은 변화도 일어났다. “처음엔 단순히 재밌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수정을 거치면서 관객들에게 보다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담게 됐습니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현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캐릭터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진’이란 캐릭터에 가장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수정 전에는 수동적인 역할이었죠. 그러다 문득 ‘내가 봐도 여성 캐릭터가 매력이 없는데 여성 관객들이 보기엔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죠. 요즘 추세와도 맞지 않아 능동적인 캐릭터로 확 바꿨습니다.”

앞으로도 그는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조선처럼 전통적인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좋지만, ‘한국적’이라는 게 꼭 과거 역사 이야기를 다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현대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이곳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을 올리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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