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혁명 2020 (하)] '새 기축통화 선점경쟁' 치열해지는데…발목 잡는 정부

입력 2020-01-25 07:30   수정 2020-02-13 00:32


'새 기축통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글로벌 가상화폐(암호화폐)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 '백트'와 스타벅스의 연합은 시작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올해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한다. 스위스는 지난해 말 금융당국 승인을 거쳬 암호화폐 은행 '세바(SEBA)'를 출범시켰다. 미국 대형 금융사 피델리티는 뉴욕 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도 이미 금융청 인가를 받아 암호화폐 거래소 '라쿠텐 월렛'을 운영중이다. 중국은 아예 중앙은행이 직접 암호화폐(CBDC) 형태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계획, 디지털 세상에서의 기축통화를 꿈꾸고 있다.

올해가 암호화폐가 일상생활로 들어오는 '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일부 매니아들과 전문 기업들만의 영역이던 암호화폐가 이젠 페이스북, 피델리티 같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온라인 기축통화 전쟁'이라 부른다. 은행 계좌나 법정 화폐가 없어도, 세계 어느 곳에서나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기축통화'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에선 경쟁은커녕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부정적 기조로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거나 내부 연구 수준에 그치는 형국. 국내 IT(정보기술) 기업의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자회사를 통해 암호화폐 사업을 진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일본에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엑스를 세웠다. 올 상반기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 '클립'을 론칭하고 자사 암호화폐 '클레이튼'을 활성화할 계획이지만 언제 정부에서 제동을 걸지 몰라 출시까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 라인도 일본 금융청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인가를 취득하고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국내에선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전용 라인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미 지난해부터 암호화폐 거래 및 전송 서비스가 시작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KB국민은행도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기회를 엿봤지만 아직 어떠한 사업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서 준비만 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7년 말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놓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이후 구체적 사업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은 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해 들어 개인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도 일단 세금부터 걷겠다는 움직임만 보였다.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부정적 기조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고사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기업들을 또 한 번 죽이는 처사라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암호화폐 업계를 범죄자 취급한 것 외에 법제화 노력이나 인프라 마련을 하려는 시늉이라도 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느냐"고 토로했다.

2020년 '암호화폐 혁명'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시작됐다. 19세기 산업혁명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인 국가와 거부했던 국가의 명운이 갈렸듯 이번 암호화폐 혁명도 커다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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