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AI, 사교육시장 뒤흔든다

입력 2020-01-27 14:19   수정 2020-01-27 14:55

‘AI(인공지능)교사가 초등생 자녀의 공부시간 매순간을 함께합니다.’

초저출산 추세로 학령 인구가 급감하면서 교육업체들이 AI(인공지능)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과목(전과목)을 개인 맞춤형 교육서비스로 제공하려면 AI 등 에듀테크와 콘텐츠 디지털화 외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교원 대교 웅진씽크빅 등 국내 대표 교육업체들은 성장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 만명에 이르는 탄탄한 방문교사 조직, 다양한 과목별·능력별 학습지(문제집), 풍부한 전집 및 도서제품을 앞세워 생존해왔다. 자녀가 한글이나 기본 연산을 배울 5~6세 이후, 초등학생이 되면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학습지와 방문교사를 떠올린다.

그러나 개인사업자인 방문교사의 ‘개인기(個人技)’에 의존하다보니 서비스 품질이 일정치 않고 교사모집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가르치는 역할은 AI선생님이 맡고, 사람은 학습관리자나 매니저로 성격이 변화될 전망이다.

◆교육시장 격전지 ‘초등 디지털 학습’

올해 이들 교육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는 초등생 시장이다. 인터넷강의(‘인강’)와 학원으로 편입되는 중·고등학생 대신 초등생은 홈스쿨링(가정내 학습) 비중이 아직 크기 때문이다.

대입 인터넷강의로 잘 알려진 메가스터디교육이 초등학생과 예비 초등생용 인강 프로그램 ‘엘리하이’를 사실상 지난해부터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글나라’ 등 영유아 교육과정이 강점인 한솔교육은 올해 ‘플라톤아카데미 초등교과 전문 공부방’을 시작했다.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초등생 전 교과와 연계된 스마트 러닝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학습 콘텐츠를 태블릿PC나 전용 디지털 기기에 넣어 회원제로 운영하는 초등생 디지털 학습시장은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2014~2015년 아이스크림에듀(옛 시공미디어)와 천재교육이 ‘아이스크림 홈런’과 ‘밀크티’를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을 개척했는데, 비상교육(자회사 엠러닝의 ‘와이즈캠프’) 교원(‘레드펜AI수학’) 대교(‘써밋수학’) 웅진씽크빅(‘스마트올’) 등이 뒤이어 가세한 것이다.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몇 년전만 해도 초등학생은 디지털 기기로 학습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서가 있었다”며 “그러나 아이스크림홈런이나 밀크티가 각기 회원 10만명 안팎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 과목을 묶어 디지털 단말기(스마트 전과)로 제공하는 방식은 장점이 많다. 교사가 방문하지 않고도 화상이나 유선, 디지털로만 지도할 수 있다. 종이 학습지가 과목별 2만~4만 원대에 그친다면 전과목 디지털 과정은 월 10만원대 초중반(1~2년 약정)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2010년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에도 익숙하다. 중고생 사이에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되자 디지털 학습 연령도 점차 어려지는 추세다.

◆교사 대체할 AI…“몰라서 찍은 정답도 찾아내”

AI(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에듀테크는 더 많은 아이들(소비자)에게 더 많은 상품(교육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거 e러닝과도 개인별 맞춤 서비스에서 더 우월하다.

웅진씽크빅이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 학습분석 기업인 키드앱티브와 공동 개발한 AI수학을 살펴보자. AI는 최소 한 달 이상 아이의 학습 내용과 패턴을 분석해 학습자가 느끼는 체감난이도, 문제풀이의 적정시간, 각종 공부 습관을 분석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학생이 어떤 수학 문제를 풀기 전 이미 맞출 가능성을 점친다. 만약 정답을 맞출 가능성이 10%인데 적정 시간보다 빨리 문제를 풀어냈다면 ‘찍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 문제를 제시한다. 반대로 예측가능성 90%인 아이가 오답을 내놨다면 “OO야! 맞출 수 있어. 다시 도전해보자”는 식으로 반응한다.

오답을 낸 이후 개념 정리나 힌트로 되돌아 가는 지, 틀린 문항에 몇 차례나 재시도 하는 지 등 모든 학습행동을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학력수준과 학습 습관 등을 분석해 총 13개 단계로 학습자를 분류,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이의 레벨은 매주 재조정된다.

최여운 웅진씽크빅 IT개발실 학습플랫폼고도화 팀장은 “기초부터 최상위권까지 수학 학습지로 공부할 경우, 반복 연산을 포함해 단원별 각 344개 문항을 풀어야 할 수 있는데 AI수학은 수준에 맞는 필수문항만 제공하기 때문에 단원별 문항수를 164개까지 축소할 수 있다”며 “AI알고리즘을 적용한 아이들의 성적과 학습태도가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된다는 효과검증을 카이스트와 함께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교원그룹의 ‘레드펜 AI수학’도 태블릿PC에 장착된 카메라가 공부하는 아이의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Eye tracking)한다. 집중하지 않거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면 AI선생님(‘마이쌤’)이 “XX야! 집중해 줘~”하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AI선생님은 오답을 분석해 취약한 유형의 문제도 반복·재학습시킨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 홈런’도 다음달부터 AI엔진을 영어와 수학 등 개별 과목에 접목한다. AI가 아이의 수준별 난이도를 자동 센싱한다. 교과뿐 아니다. 디지털 공간에 다양한 직업체험 코너를 만들고 아이들이 머무는 시간과 활동 등을 AI가 분석한 뒤 ‘홈런 좋은 부모 앱’(부모용 앱)에서 아이 취향과 관심도, 향후 진로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아이스크림에듀 관계자는 “초등학생 시기엔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하는데 방문(과외) 교사나 엄마가 공부하는 내내 옆에 있을 수 없다”며 “AI는 매순간 함께하며 아이를 분석하고 동기부여, 학습지도, 코칭, 재미를 모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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