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학군의 역설…집값 비싼 양천·강남 초등생 줄었다

입력 2020-01-28 14:46   수정 2020-01-29 03:07

서울의 ‘교육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특구’로 불리던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올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 가구가 이 지역으로 유입되지 못하면서다. 대신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3040 세대를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강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10여 년 뒤 입시를 치를 현재 초등학교 1~3학년 학생 수가 교육특구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 수요 줄어드는 양천·노원·강남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전국 시·군·구별 초·중·고 학생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양천·노원·강남구의 초등학생 수가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구의 4년 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올해 기준 초등학교 2학년) 수는 3731명으로 올해 6학년이 되는 학생 수(4411명)와 비교해 15.4%(680명)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초등학생 감소 속도가 가장 빠르다.

노원구와 강남구는 같은 기준으로 초등학생 감소율을 계산한 결과 각각 9.9%(476명), 9.3%(418명)를 기록해 양천구의 뒤를 이었다.

양천구와 강남구의 초등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요인으로는 급격한 집값 상승이 꼽힌다.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크게 올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세대가 진입하기엔 장벽이 너무 높아졌다는 얘기다. 매매는 물론 전셋값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춰 대치동이나 목동으로 전세를 들어가기도 쉽지 않아졌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노원구의 경우 초등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유는 다르다. 주거단지가 노후화되고, 교통도 불편해 3040 세대의 선택지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10여 년 뒤 입시를 치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양천·노원·강남구가 현재의 교육특구 지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대규모 학원가의 유지가 어렵고, 우수한 학생들이 빠져나가면 자연스럽게 입시 결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강남구와 양천구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젊은 가구가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학생 수요가 줄어들면 학원가가 붕괴하고, 교육특구의 지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천·영등포·강서는 초등생 늘어

금천·영등포·강서구는 양천·노원·강남구의 바통을 이어받을 ‘신 교육특구’로 떠오르고 있다. 금천구의 4년 뒤 초등학교 6학년 학생 수는 1656명으로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학생 수(1350명)에 비해 22.7%(306명)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초등학생 증가율 1위다. 영등포구와 강서구가 각각 초등학생 증가율 12.7%(289명)와 12.2%(536명)를 기록해 2, 3위에 올랐다. 이들 지역은 최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며 3040 세대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곳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에 지금 속도로 초등학생 유입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학원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교육특구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과정을 먼저 거친 대표적인 지역은 마포구다. 마포구는 아현뉴타운이 형성되면서 유명 입시학원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교육특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종로학원은 2018년 강북본원을 40년 만에 신촌으로 옮겼다. 대치동의 유명 학원인 명인학원과 이강학원, 이투스24/7학원도 대흥역 인근에 분원을 열었다.

임 대표는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지역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초등학생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학원가가 형성된다”며 “3040 세대의 유입이 많은 지역이 차세대 교육특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선 경기 화성과 세종이 ‘신 교육특구’ 후보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정부세종청사 이전으로 초등학생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다. 화성에서 10년 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학생(지난해 기준 초등학교 2학년) 수는 1만984명으로 지난해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634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도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 수(4774명)가 올해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 고등학교 3학년(2876명)에 비해 1900여 명가량 더 많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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