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이해찬 "야당심판론 처음"이라는데 사실일까?

입력 2020-01-28 10:59   수정 2020-01-28 15:52

[01월 28일(10:59)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조미현 정치부 기자) ▷김어준=‘이번에는 야당 심판, 여당 심판이 충돌하는 거다’ 이렇게 해석하기도 하는데. 야당 심판론이 나온 건 처음이죠, 총선에서?
▷이해찬=제가 이번 여덟 번째 총선을 치르는데.
▷김어준=총선을 여덟 번째 치르십니까?
▷이해찬=여덟 번째. 일곱 번 출마했고요. 그런데 야당 심판론이 거론되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지난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어준 씨간 인터뷰 내용의 일부입니다. 김 씨가 총선에서 야당 심판론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하자 이 대표도 총선에 일곱 번 출마했지만, 야당 심판론이 거론되는 건 처음이라고 답합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네이버 검색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20대 총선이 있던 2016년 네이버 검색량을 살펴보니 '야당심판'은 1월부터 조금씩 검색되다가 4월 총선이 다가오자 검색량이 늘어났습니다.

당시에는 야당이 민주당이었습니다.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2016년 4월12일 경기·인천 지역을 찾아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데 이것을 못하게 하는 이런 나쁜 정당 이번 선거에서 본때를 보여 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린다"며 야당심판론을 띄웠습니다.

20대 총선이 끝나자 야당심판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습니다. 그러다 2018년 6월 또 등장하는데요. 바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일인 6월13일이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제1 야당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1대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야당심판론이 본격적으로 나온 건 여론조사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6월 정부여당 심판론과 보수야당 심판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총선에서 집권여당 심판에 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여론은 39%, 보수야당 심판에 표를 행사하겠다고 답한 비중은 51.8%였습니다.

최근에는 KBS가 이와 비슷한 여론조사를 진행하다가 불공정 시비에 휘말렸는데요. KBS와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의 질문이 문제였습니다. 한국리서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와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 결과 보수야당 심판론 찬성이 58.8%, 정부 심판론 찬성이 36.4%로 나타났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 질문지 작성 규정을 위반했다며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선거법에 따르면 △주관적 판단이나 편견이 개입된 어휘, 표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이미지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 등이 담긴 질문을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리서치가 20대 총선에서 질문한 내용을 보면 이번 조사의 편향성을 더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리서치는 한겨레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경제를 위기에 빠트린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와 ‘경제의 발목을 잡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를 문항에 넣었습니다. 두 질문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여당'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야당'으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 국민들께서 정권 심판이 맞는지, 야당 심판이 맞는지는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와대까지 나서 띄우는 야당심판론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 궁금합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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