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일꾼 없소?" vs 르쌍쉐 "일감 없소?"…생존 걸린 증산

입력 2020-01-28 13:28   수정 2020-01-28 13:30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일감을 두고 상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밀려드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대기 수요가 길어지고 있지만, 르노삼성자동사,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이른바 '르쌍쉐 3사'는 생산 절벽 앞에서 수주 일감을 애타게 찾고 있다.

◆ 밀려드는 주문 감당 못하는 현대기아차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그랜저 등 주력 차종에 대해 증산을 추진 중이다. 현재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 충남 아산공장에서 월 9000대가량 생산 중이다. 밀려드는 주문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어서 현대차는 생산량을 20~30%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건은 혼류 생산 조절이다. 이 공장에는 더 뉴 그랜저 이외에 쏘나타도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의 수요를 고려해 쏘나타 생산 비율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말 특근 등도 고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증산에 대해서는 노사가 이야기를 시작한 단계"라며 "월 생산 대수 등의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증산을 논의 중인 차종은 더 뉴 그랜저뿐만이 아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와 소형 SUV 셀토스도 증산을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하비 증산의 경우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혼류생산 비율을 조정해 기존 1700대 생산에서 2000대 이상 생산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며 "모하비는 인기가 꾸준히 증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셀토스 증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같은 관계자는 "셀토스는 론칭 초기에 증산 이야기가 한 번 나온 적이 있었다"며 "현재 쏘울과 혼류생산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비율을 조절해 증산을 추진 중에 있다. 부품 수급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출고 적체 기간이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나기도 했던 팰리세이드에 추가 증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일감 사수 총력 '르쌍쉐'

현대기아차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지엠은 생산 절벽에 맞닥뜨릴 위기에 처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를 보면 이들 3개 업체는 지난해 생산이 전년에 비해 적게는 6%, 많게는 24% 쪼그라들었다.

한국지엠은 40만9830대로 7.9% 줄었고, 르노삼성차는 16만4941대로 -23.5%, 쌍용차는 13만2994대로 -6.4%를 기록했다. 판매 부진과 수출 계약 만료로 일감 자체가 줄어든 탓이 컸다.

르노삼성차는 수출용 닛산로그 생산이 올해 3월까지면 끝난다. 연 10만대에 달하던 생산 물량은 이미 작년에 35%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3월에 국내에 나올 신차 크로스오버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에 기대를 걸고 있다.

쌍용차는 공장 라인을 다시 가동하려면 대주주 마힌드라가 추진하는 해외 업체와의 제휴 성사가 중요하다. 올해 예정된 신차가 없는 데다가 수출이 갑자기 큰 폭으로 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신차 연구개발을 위해 마힌드라가 공언한 투자 2300억원이 집행돼야 하지만 당장 이뤄지기는 상황이 녹록지 앟다.

한국지엠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최근 소형 SUV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나오면서 숨통이 트였다. 신차 발표회장에는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이 참석해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 "증산은 생존의 문제"

자동차 업계는 유연 생산을 위한 노사 협의가 오래 걸려 획기적인 증산이 어렵다고 분석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초부터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기존 공장인 울산 4공장뿐만 아니라 울산 2공장에서도 물량을 대는 방안을 추진했었지만 애를 먹은 바 있다.

특근비 감소를 우려한 4공장 노조원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다 7월에야 증산 합의를 봤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원래 월 6240대를 생산하다 월 8600대, 월 1만대로 두 차례 증산 과정을 밟았다.

노조도 업계의 어려움과 팰리세이드 교훈 등을 통해 증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간당 생산량(UPH) 조정과 특근 횟수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증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기 모델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대기 수요를 줄여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현대기아차에게 증산은 필수다. 하지만 증산을 위해서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의 동의가 필수다. 노조와 줄다리기는 하는 동안 공급 적기를 놓칠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단협 규정에 따라 신차를 생산하거나 증산을 위해서는 매번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오히려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증산 합의가 늦어지면 손해는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증산은 생존의 문제다. 자동차 업계가 장기 불황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르쌍쉐 생산공장의 사정을 현대기아차 노조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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