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오로지 증세만…"세금 공화국이냐"

입력 2020-02-02 10:24   수정 2020-02-02 20:39

정부는 앞으로 ‘꼬마 빌딩’ 등 소규모 비(非)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증여세를 산정할 때 시장가격대로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시가를 따지기 어려울 땐 실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을 적용했지요.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정부는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주택을 한 채만 갖고 있더라도 비싼 집에 거주하면 매년 수 천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할 수 있지요. 또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더라도 차익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정부는 여세를 몰아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인 주택 공시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습니다. 주택 거래가 확 줄었는데도 보유세수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입니다. 작년 종부세액은 3조3471억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58.3% 급증했지요. 올해는 4조원을 넘길 게 확실시됩니다.

새 정부는 출범 직후 법인세율을 인상했고 종교인 과세를 시작했습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을 높이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양도 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릴 계획이죠. 모두 ‘과세 형평성 제고’를 위한 조치입니다.

1850만여 명에 달하는 근로소득자들의 ‘연말정산 혜택’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만 7세 미만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가 사라졌고, 실손보험금 수령 땐 의료비 세액공제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달 급여 수령 때 예년과 달리 세금을 토해내는 근로자가 많을 것 같습니다.

각종 조세 부담이 알게 모르게 확대되면서 국민들이 쓸 수 있는 실질 가처분 소득이 별로 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국민부담률은 26.8%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올랐지요. 지난 10년 간을 따져 보면 가장 높은 상승폭입니다. 국민부담률은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4대 보험)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입니다. 작년 수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더 많이 뛰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보험료율과 건강보험료율 등이 작년에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수 차례에 걸쳐 ‘증세 카드’를 꺼내고 있지만 감세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잇따라 감세에 나서는 우리 경쟁국들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취임 직후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산층 대상의 ‘감세 2.0’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산층 대상 소득세율을 15%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요. 2014~2019년 사이 법인세율을 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16개국에 달했지만, 한국 그리스 등 일부 국가만 세율을 올렸습니다.

정부가 줄줄이 올린 세금을, 부진한 경제를 살리는 데 쓰지 않는 점도 우려할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냈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재정승수, 지출의 효율성에 유념하지 않고 (세금을) 일시적 경기부양과 과감한 복지지출 증대 등 임시 방편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놨습니다.

김 원장은 “지금과 같은 재정운용 행태는 적자를 누적적으로 심화시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미래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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