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노리는 8人의 처절한 전쟁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리뷰)

입력 2020-02-04 17:37   수정 2020-02-04 18:00


[오서린 기자] “큰돈 들어왔을 때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그게 네 부모라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존재 중 하나가 돈이다. 한 집안의 가장부터 술집 사장까지 돈 때문에 서로를 치밀하게 속이고 죽이고 빼앗는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영화는 누군가 한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중만(배성우)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야간 사우나에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우나 락커에 가방을 숨긴 이는 사라지고, 마스터키로 락커를 확인하던 중만이 가방을 발견한 뒤 그 안에 거액의 돈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연인인 연희(전도연)가 자신의 앞으로 남긴 빚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태영(정우성), 위기의 순간에 연희의 도움을 받는 미란(신현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연희, 미란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진태(정가람)의 삶이 그려진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돈가방은 중만의 손에 들어가기 전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친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예측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 속에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뀐 돈가방의 행방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돈가방을 손에 넣기 위해 전쟁을 펼치는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흔히 범죄극에 등장하던 범죄자나 형사가 아닌 공무원, 술집 사장, 청소부 등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평범한 삶을 벗어나 더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 거액의 돈을 노리고 벌이는 범죄극은 처절하고 강렬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작품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포인트를 예측불가함 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방심하는 순간 극중 인물들도 보는 이들도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충격을 준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전개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 배우 전도연, 정우성, 윤여정, 배성우, 진경, 정가람, 신현빈, 정만식 등 믿고 보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시너지는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다. 누가 누구의 뒤통수를 칠지, 누가 어떤 순간에 죽임을 당할지, 돈가방은 누구의 손에 들어갈지 등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보는 내내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등장인물 중 가장 강렬하고 쎈 캐릭터인 연희로 돌아온 전도연은 오직 자신을 위해 거침없는 모습을 열연했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연기를 펼친 그는 다른 이들의 꿈도 희망도 짓밟는 잔인함과 큰돈을 손에 쥐기 위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은 연희 그 자체였다.

지난해 영화 ‘증인’에서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 정우성은 호구 중에 호구인 태영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태영의 허점을 극대화 시켰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은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인생 한 방을 노리지만 그 끝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선사했다. 또 등장부터 코믹한 면모를 보여주며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전도연 외에 정만식, 박지환 등 여러 배우들과 색다른 케미를 보여줘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배성우는 다채로운 장르를 오가며 독보적인 캐릭터 연기를 보여줬다. 치매를 앓는 노모를 모시고 살며 딸의 학비를 걱정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뜻밖의 순간에 큰돈을 손에 쥐게 된 중만 역을 맡은 그는 지금껏 연기한 인물 중 가장 평범한 연기를 펼쳤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의 삶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공감을 자아낸다.

신현빈은 놀라울 정도로 극중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고 집중력 있게 연기했다. 복잡하고 변화가 잦은 미란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며 생각지도 못한 반전까지 선사했다. 평범한 주부지만 빚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미란을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런 미란을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 진태 역은 그동안 보여준 순수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정가람이 맡아 연기했다. 정가람은 한국으로 넘어온 불법체류자 캐릭터 연기를 위해 사투리가 섞인 말투부터 미란보다 나이가 어린 만큼 눈앞에 있는 것을 먼저 쫓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 모습을 통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중 가장 솔직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김용훈 감독이 그려낸 독특한 구조의 스토리텔링과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도록 섬세한 연출력을 더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작품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처음 도전한 상업 영화임에도 완성도 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탄생시켰다.

돈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 8명의 인물들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만날 수 있다. 2월 개봉.(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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