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AI…조영제 없이 MRI 촬영하고, 셰일가스 생산 예측까지

입력 2020-02-07 17:09   수정 2020-02-08 00:53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을 때 가돌리늄이란 조영제(특정 조직을 잘 보이게 하는 약물)를 쓴다. 중금속 성분이 들어 있는 데다 신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꼽힌다.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조영제 없이 MRI 영상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AI로 셰일가스 생산량 예측도를 끌어올리는 기술도 개발돼 주목된다.

MRI 조영제, 매번 쓸 필요 없다?

MRI는 영상의 대조도(contrast)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비다. 수많은 각도에서 찍은 종양이나 병변을 대조 분석할 수 있다.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보다 진단 정확도가 높다.

뇌 MRI를 촬영할 때 대조 변수(T1·2·3…)를 조절하면 뇌의 회백질을 백질보다 더 밝게 볼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하다. 뇌종양을 진단할 때는 T1, T2 등 여러 대조 영상을 교차분석해 종양 위치를 특정한다. 대조영상을 합쳐 분석할 땐 ‘MR 파라미터’라는 수학식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찾을 수 없는 암도 있다. 촬영 과정에서 노이즈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대조영상을 합치는 과정에서 인공음영도 자주 발생한다. 대조영상을 얻기 위해 재촬영을 반복하다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종합병원에서 MRI를 찍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여러 번 촬영하려면 반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MRI 단점을 AI로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생겼다. 예종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문원진 건국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MRI 촬영 사진에서 특정 부분 강조(대조)영상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갠(GAN: 생성적 적대신경망)을 발전시킨 AI알고리즘인 콜라갠(CollaGAN: 협조 생성적 적대신경망)을 이용해 MRI 대조영상을 얻는 방법을 고안했다. 갠은 참 데이터(영상, 사진 등)와 거짓 데이터를 교차 학습하다 참 데이터와 비슷한 제3의 데이터를 스스로 창조해내는 딥러닝 알고리즘이다. 말 사진을 수천 장 학습하다 소, 기린 사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AI를 연상하면 된다.

콜라갠은 갠 원리를 활용해 MRI 가운데 대조영상을 여러 개(T1·2…) 확보하지 않아도 T1만으로 다른 대조영상을 얻을 수 있게 했다. MRI 촬영 시 대조영상 생성이 자동적으로 가능하면 몸에 해로운 조영제를 굳이 투여하지 않아도 된다. 건국대병원 임상자료, 기타 학술대회 자료 등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예종철 교수는 “질병에 따라 조영제가 필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를 체계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문원진 교수는 “재촬영으로 인한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의료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머신 인텔리전스’에 실렸다.

AI로 셰일가스 얼마나 나올지도 파악


석유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는 천연가스인 셰일가스 생산량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도 최근 개발됐다. 이경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선임연구원은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셰일가스 미래 생산량 예측’ 논문을 엔지니어링 및 석유화학 분야 세계 학술지인 SPE 저널에 ‘주목받는 논문’으로 실었다.

기존엔 셰일가스 미래 생산량을 감퇴곡선기법(DCA)을 활용해 예상했다. 크게 지수감퇴 방정식, 쌍곡선감퇴 방정식, 조화감퇴 방정식으로 나뉜다. 수압파쇄 등 고밀도 시추가 이뤄지는 셰일가스는 생산단가가 높아 미래 산출량 예측이 중요하다.

이경북 연구원은 “세계적 연구 흐름은 DCA를 개선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DCA는 연구자 간 예측결과 차이가 크고 가정이 복잡해 현장 적용성이 낮은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딥러닝 알고리즘의 일종인 RNN(순환신경망)을 이용해 DCA 대체 가능성을 타진했다. RNN은 시계열 자료 분석에 특화된 알고리즘이다. 그는 캐나다 앨버타주에 있는 셰일가스 광구 유정 330곳의 실측 데이터를 수집해 매달 추이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가격 문제 등으로 유정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시기(셧-인)를 핵심 변수로 설정해 RNN 알고리즘을 돌렸다. 그 결과 실제 셰일가스 생산 데이터와 RNN으로 예측한 데이터 추이가 비슷함을 발견했다. DCA를 사용할 때보다 에러율이 37%가량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인공지능 알고리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정보(이번 연구에선 유정 셧-인)를 추가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셰일가스뿐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원의 산출량 예측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석유시스템 자료 융합을 통한 유가스전 지능형 평가기술 개발’ 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소형 육상 유가스전을 위한 디지털오일필드시스템 구축 및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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