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부품 30% 중국산인데"…PC·생활가전 등 '연쇄 셧다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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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2-06 17:25   수정 2020-02-07 01:41

"수입 부품 30% 중국산인데"…PC·생활가전 등 '연쇄 셧다운' 공포


‘신종 코로나’ 쇼크가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강타했다. 세계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 공장 문이 일제히 닫히면서 각종 부품 조달은 물론 완성품 납품까지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지난해 수입한 소재·부품 중 중국에서 들어온 물량은 전체의 30.5%(520억달러)에 달한다. 설 전에 확보한 재고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저마다 “이번달까지 버티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중기부 546건 피해 접수

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소상공인 지원센터에 546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중기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이에 따른 대출금 상환 유예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코로나 쇼크’의 대표적인 피해 업종은 자동차 부품이다. 와이어링 하니스 재고 물량이 바닥나면서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동을 멈추자 2·3차 협력업체도 연쇄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시 반월도금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 표면처리 기업인 유일금속(3차 협력업체) 창고엔 지난달 20일 중국 생산공장으로 납품됐어야 할 각종 부품이 쌓여 있다. 설필수 유일금속 대표는 “다음주부턴 국내 공장 납품 물량마저 크게 줄어든다”며 “공장은 멈춰도 고정 비용은 부담해야 해 손해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경기 광주시의 한 완성차업체 2차 협력사도 이달 중순까지 생산설비의 절반 이상을 놀려야 한다. 이 회사 대표는 “1차 협력사가 중국에서 가져오는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면서 덩달아 공장을 멈춰세웠다”고 털어놨다.

멈춰선 생산기지에 내수 중기도 타격

설 전 확보한 재고에만 의존하는 건 자동차 업종뿐만 아니다. 대부분 중견·중소 제조업체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재고가 완전 소진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5일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춘제(설) 연휴를 다른 지역에서 보내고 돌아온 내외국인도 14일간 자택에서 격리하라고 명령하면서 부품 조달은 더욱 어렵게 됐다.

경기 김포시의 수도꼭지 제조업체 대정워터스 관계자는 “10일 이후 현지 협력업체 공장이 가동되더라도 자가격리되는 직원이 많아 공장의 정상 가동은 어려울 거라는 얘기를 중국에서 전해들었다”며 “80개에 달하는 수입 부품이 없으면 다음달부터는 납기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 PC제조업체 A사는 지난달 중국 선전에서 들어왔어야 할 메인보드(컴퓨터의 기본적인 부품을 장착한 기판) 4000개가 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달 말까지 공공기관에 PC를 납품하기로 계약했지만 생산 공정은 멈춰선 상태다. 이 업체 대표는 “핵심 부품 없이 납기일을 맞추기 불가능해 공문을 보내 양해를 구했다”고 전했다.

당장 국내 영업에 타격이 예상되는 중소·중견 업체도 많다. 대표적인 업종은 안마의자다. 국내에서 판매·렌털되는 물량 대부분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시, 저장성, 푸젠성 등에 공장을 두고 있는 안마의자업체 A사 물류 창고에는 이달까지 판매할 수 있는 재고만 남았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다음달부터는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A사 측은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공장별 생산 계획을 재수립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품 공급 다변화 움직임도

납기가 급한 업체는 다급하게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부품을 알아보느라 분주하다. 공조기 생산·시공업체 한국공조엔지니어링은 발빠르게 국내 팬 공급처를 수소문하고 있다.

김현효 대표는 “배로 제품을 들여오는 데 2~3개월 걸리기 때문에 2월 말까지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으면 납품에 차질이 생긴다”며 “국내산과 중국산 가격 차가 크게는 40%까지 나기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욕실용품 제조업체인 세비앙은 아예 베트남 현지 생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재고 부품으로 버틸 수 있지만 다음달분 물량이 입고되지 않으면 납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류인식 세비앙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협력사를 발굴하고 있지만 원가가 크게 상승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준희 수림창업투자 대표는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흑자부도’ 위기에 몰리는 업체가 상당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들 기업의 여신 한도를 늘려 회사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심성미/나수지/김정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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