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엄마와 딸은 왜 갈라섰나.. 한진家 '극적 화해' 가능성은

입력 2020-02-07 09:31  

≪이 기사는 02월06일(09: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진가(家) 가족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둘로 갈라진 가운데,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당초 유대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던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다른 길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고문, 조 회장 사망에 KCGI 책임 있다고 여겨

이와 관련해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에 KCGI가 책임이 있다는 이 고문의 생각이 딸과 다른 길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미국에 머물던 조 전 회장은 작년 4월8일 사망했다. 비교적 이른 70세에 그가 사망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분분하다.

그 중에서도 땅콩 회항 등으로 일가에 대한 평판이 나빠진 가운데 KCGI가 대한항공 및 한진칼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고, 결정적으로 그해 3월27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을 이유로 그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을 부결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KCGI의 압박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가족들 사이에서는 KCGI를 '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고문은 맏딸과의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재계에선 "아버지의 사망으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책임이 있는 측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이 고문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진가 구성원 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은 작년 12월23일 맏딸 조 전 부사장이 법무법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이었다. 당시 그는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공동 경영을 하라고 하면서 본인에게 준 '몫'이 있는데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건강이 나빠지면서 남매 간의 협력을 당부하고, 맏딸에게 기내식과 호텔 등 부문을 맡도록 조정을 해 준 것인데 조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한진그룹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 측 임원들이 모두 퇴진당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조현아-KCGI-반도건설, 작년 말 '교감' 가능성

KCGI는 이 입장문이 나오기 전부터 조 전 부사장과 교감한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작년 5월23일 이후 연말까지 한차례만 주식을 더 샀는데, 12월17~20일 나흘동안 평균 4만원 정도에 77만4388주(1.3%)를 추가 확보했다. KCGI의 매집이 끝난 후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전 부사장의 '선전포고'가 나온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시장에서는 한진칼 주식 매집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3만원대 후반~4만원대 초반을 오가던 주가는 23일 입장문 발표 직후 양 진영과 일반인 투자자들의 매집으로 갑자기 5만500원(장중)을 찍기도 하면서 하루에 20% 급등했다. 20일엔 69만주 가량이던 거래량은 23일 952만주, 24일 1258만주로 폭증했다.


반도건설이 어느 시점부터 조 전 부사장 측에 합류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12월 말에는 분명히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했다. 반도건설은 조 전 부사장의 입장문 발표 직전인 20일 평소의 3~4배 수준인 20만주를 사들였다.

이어 23일 19만2959주를 매집했는데, 이 중 한영개발을 통해 산 13만6959주는 평균 매입가격이 4만190원이지만 대호개발을 통해 산 5만6000주는 평균 매입가격이 4만5974원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입장문 발표 후 가격이 다소 비싸졌더라도 매집을 계속 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 측은 24일에도 9만주, 26일에는 27만5290주를 더 사며 주총 표대결에 대비했다.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한편이 된 것도 이 고문이 아들 쪽에 선 배경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고문이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이 깊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에게 SOS 요청을 했지만, 반도건설이 중간에 '다른 마음'을 먹은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 측과 KCGI가 한편이 되면서 경영권을 가져올 가능성이 생기자 반도건설이 편을 바꿨다는 얘기다. 스스로 범을 불러들여 회사를 진짜로 뺏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 고문은 아들 편에 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극적 화해 가능성은
25일 성탄절에 조 회장이 이 고문의 평창동 자택을 찾아가서 왜 다투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23일 조 전 부사장의 입장문 발표가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까지만 해도 '편'이 분명하게 갈라져 있지는 않았을 수 있다. 이 고문은 어떻게든 화해를 시키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12월30일 이 고문과 조 회장은 '성탄절 다툼'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현재 맏딸 조 전 부사장(6.49%)과 KCGI(17.29%), 반도건설(8.28%)은 32.06% 지분을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시했다. 장남 조 회장(6.52%)과 어머니 이 고문(5.31%), 여동생 조 전무(6.47%) 측은 한진 계열 재단(3.38%),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로 32.68%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5% 공시에 포함되지 않은 양측의 '숨은 조력자들', 국민연금, 소액주주와 외국인 등의 움직임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다만 마지막 남은 큰 변수는 조 전 부사장의 변심 여부다. 조 회장과 이 고문 측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조 전 부사장이 막판에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KCGI와 반도건설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그런 조짐이 없다. SBS에 따르면 한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을 두고 "돌아오질 못해, 강을 건넜어, 다리도 끊어졌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KCGI와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의 변심을 막기 위해 모종의 약속을 받아뒀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가족 간의 일인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조 전 부사장이 선언한다면 KCGI 등으로선 막을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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