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3년 경력 분양소장, 동탄2신도시가 가장 힘들었던 이유

입력 2020-02-16 08:35   수정 2020-02-16 08:37


"현장에 있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십년 넘게 현장에서 설명하다가 아예 책을 내게 됐습니다."(권소혁 롯데건설 분양소장)

롯데건설 분양소장으로 13년간 수도권, 지방 등 전국적으로 분양업무를 수행한 권소혁씨가 책을 냈다. 제목은 <주택청약의 정석>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부동산 관련 책들은 대부분 '나는 이렇게 돈을 벌었다', '당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등의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예비 청약자들이 알아야할 청약상식과 궁금한 점, 팁 등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현장 경험을 통해 알려주고픈 얘기를 100문 100답으로 설명했다. 지난 12·16대책까지 담은 최신판이다.

기자가 권 소장을 처음 만난 건 2012년 부산이었다. 당시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현장의 분양소장들마다 머리를 싸매면서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게 수수료를 주면서 판매를 하던 때였다. 하지만 권소장은 달랐다. 부동산에게 줄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하면 고객이나 지역사회에게 돌려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화환 대신 쌀을 받아서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계약하는 고객에게 최신 가전을 증정하는 기획을 내놓기 시작했다. 업자들에게는 '아파트 샀다가 되팔면 돈된다'는 설득만 통했다. 먼저 사건 나중에 사건 어차피 미분양인데, 팔릴리 없었다. '당장은 안오를 수 있지만, 입지와 상품을 보고 장기적인 내 집으로 한번 생각해 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권소장은 미분양 현장을 완판시키면서 '부산의 분양왕'으로 떠올랐다.

2013년 화려하게 수도권 분양시장으로 입성을 기대했지만, 그가 떠맡은 프로젝트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롯데캐슬 알바트로스'였다. 동탄2신도시에서 3번째 동시분양 물량이었다. 중대형으로만 구성된 1416가구의 대단지인데다 시범단지와 거리가 있었다. 청약경쟁률은 낮았고, 미계약분이 대거 쏟아졌다.

- 수도권 분양을 미분양부터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는 '떼분양'이라고 불리는 조직분양이 일일히 전화를 돌리는 방식으로 집을 팔았다. 하지만 우리 단지는 중대형이다보니 그런 방식으로 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충분히 알아볼 수 있도록 직접 판촉에 나섰다. 계약자들에게 직접 선물을 드려서 혜택을 직접 받을 수 있게 했다. 미분양이 남거나 시세가 요동쳤지만, 누구 하나 물러달라는 사람이 없었다."

실제 당시 권 소장은 모델하우스에서는 매주 다른 이벤트를 마련했다. 어린이날엔 부모들에게 과자세트를 증정하고 성년의 날이 끼여있는 둘째주 주말엔 화분 1416개를 나눠줬다.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셋째주 주말엔 방생 이벤트로 붕어 1416마리를 선물하는 등 가구수에 맞춘 이벤트를 새롭게 열었다. 쌀과 라면을 화성시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 힘들지는 않았나? 가장 최악의 현장은 어디였나?

"당시에는 우리 현장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현장들도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분양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미분양이더라도 상품이나 입지가 좋다면 분양에 힘을 얻는다. 최악이라기 보다는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현장도 동탄2신도시였다. 동탄역 롯데캐슬이다. 초역세권의 주상복합으로 인기가 많았지만 그게 문제였다. 분양 시기가 2017년 12월로 겨울이다보니 추웠다. 당시에는 특별공급을 모델하우스에서 직접 접수를 했는데, 2000명이 넘게 인파가 몰렸다. 줄이 한없이 길었다. 신혼부부 특공을 하러오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애들을 데리고 왔다. 밤이 깊어지다보니 애들이 보채는데 같은 아빠로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는 슈퍼마켓에 가서 빵이랑 음료수를 사 드리고 했다. 그래도 접수가 새벽 3시에 끝났다. 직원들은 아침 7시에 퇴근했다. 당시 시스템이 어쩔수 없었고, 분양소장 입장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으니 힘들었다."

- 최근에 청약홈도 오픈했고, 특별공급도 온라인접수가 가능해졌다.

"과거보다 시스템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스템이라는 게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본인의 기초지식이 없다면 이 마저도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없다. 예전에 맞벌이 부부들은 특별공급에 엄두도 못냈다. 둘 중 한명은 아예 회사를 못가고 꼬박 줄을 서야 한다. 서류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 와중에 부적격까지 나와버리면 평생 한번 있는 기회가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 그래서 그런가. 책에도 '특별공급은 일회원 우대권'이라고 표현했다.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시기에 인기 단지가 나온다면 특별공급만한게 없다. 경쟁률이 일반분양보다 낮다보니 당첨확률이 높아서다. 문제는 처음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실수가 발생한다. 이는 한번의 기회를 평생 날리는 꼴이 된다. 신혼부부 특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적격사유는 '소득기준 초과'다. 근로자는 휴직, 퇴직, 퇴직 후 이직 등의 여러 사유가 발생한다. 직장에서 일하다가 개인사업을 하거나 반대의 경우고 있다. 사레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소득계산이 정확히 안되는 경우들이 많다."

- 다자녀나 노부모부양자의 오류는 주로 무엇인가?

"자녀는 미성년자만 인정된다. 첫째가 성년자여서 3자녀가 되지 않는 경우와 영유아 가산점이 있다. 영유아 기준이 만 6세 미만인데, 이를 오해해 자녀수 배점을 높게 계산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해당 시도 거주기간 오류도 의외로 많다. 노부모부양자의 경우는 어르신들의 주택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만 60세 이상 직계존속을 포함해 세대주·세대원 중에 유주택자가 있으면 특별공급을 청약할 수 없다. 기관추천의 경우는 부적격이 거의 없는데, 다른 아파트에 특별공급으로 이미 당첨됐음에도 신청에 취소되는 사례는 있다."

- 청약제도가 복잡하다보니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실수로 부적격이 되는 사례들이 많았다.

"그렇다. 사실 책까지 내게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처음에는 제도가 자주 바뀌다보니까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나름대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업데이트 하면서 주변에 알려줬다. 그러다가 교과서처럼 나름 정리가 됐고, 양도 제법 많아졌다. 출판사를 만나면서 결국 문답형식으로 나오게 됐지만, 중간중간 꿀팁을 넣어서 이해를 돕고자했다."

- 부적격이 되면 이상하게도 죄인이 된 것 같다.

"부동산 업종에서 일하거나 평소에 관심이 많지 않다면 청약을 누가 수십번씩 넣어보겠는가. 고작 몇번 넣을 뿐인데 제도까지 복잡하니 부적격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 특별공급으로 넣어서 당연히 당첨된 줄 알고 청약통장까지 해지했지만, 결국 부적격이 된 사례들도 많다. 청약통장은 당첨자 발표즉시 해지하지 말고, 정당 계약 후에 해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통장을 해지했는데 부적격이 되면, 계좌부활가지 절차가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부활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사업 주체가 계좌부활 대상자 명단을 전산 관리 지정기관에 올리고, 전산 관리 지정기관은 은행에 통보한다. 부적격 당첨자는 이 날짜에 맞춰 은행을 방문하고 해지당시 예치금을 일시납부해야 계좌 부활이 가능하다."

- 젋은 세대들의 부적격이 많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통장은 있는데 해본 적은 없어요'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례들이 정말 많다. 젊은층들은 목돈이 없고, 대부분이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보니 청약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괜찮은 집이 나오면 '나도 해볼까' 하고 그제야 나선다. 그러나 막상 하려다보면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는 거다. 뭐라도 보면서 '이런 거구나' 정도를 알아야 하는데 참고할 게 인터넷 카페 정도밖에 없다. 그나마도 카페나 시중의 책들은 '내집 마련' 목적 보다는 '돈벌자'라는 분위기다. 청약으로 처음 내집을 마련하려는 젊은층들이 떠밀리듯 청약했다가 부적격되는 이유다."

- 무주택 기간의 계산오류가 많다는 게 의외다.

"청약을 많이 해보지 않은 20~30대 청약자들에게 많이 나오는 오류다. 가점제 청약에서 나이만큼 무주택기간으로 계산한다. 0세부터 자신의 나이까지 계산하는 거다. 그렇게 계산하면 점수가 꽤 되니까 당연히 당첨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주택 기간점수는 만 30세부터다. 예를 들어 2020년 2월20일에 모집공고된 아파트에 청약한다고 하면, 생일이 1990년 2월21일생인 청약자는 만 29세로 무주택 점수가 0점이다. 1990년 2월20일생 이전부터 1989년 2월21일생은 만 30세로 무주택기간 1년 미만이며 점수가 2점이 된다. 1989년 2월20일생은 만 31세에 무주택 기간이 1년이상~2년 미만에 걸리면서 점수가 4점이 된다."

- 무주택 기간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건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어서 매매를 여러번 진행한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무주택이 된 시점부터 계산한다. 중간에 무주택이었던 기간을 합산하는 게 아니다. 또 청약신청자와 배우자를 기준으로 모주 무주택이었던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다만 노부모부양자 특별공급에서는 직계존속을 포함해 무주택 기간을 계산한다."

- 요즘은 가족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점수계산도 어려워진 것 같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이혼·재혼 부부들이 대표적이다. 부모님이나 조무보님이 모두 사망이나 실종으로 형제자매를 부양하는 소년·소녀 가장은 미성년자이지만 집을 청약할 수 있다. 다만 부양하는 형제자매는 세대원으로 등재되어 있어야 한다. 청약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용을 내야하다보니 경제활동이 충분하지 않으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 재혼 가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부양가족의 인정조건이다. 본인의 전혼 자녀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전혼 자녀라고 하더라도 청약신청자의 주민등록표상 등재되어 있으면 부양가족이 된다. 그러나 재혼 배우자와 분리세대이고, 전혼자녀가 배우자의 주민등록표에 있다며 부양가족이 되지 않는다.

- 직장인으로서 부동산 관련 책을 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과거에 사법고시 공부를 했다.(웃음) 1차 합격은 했는데 2차는 안되더라. 그 때 공부했던 힘을 발휘했다. 일 때문에 부산에 있으면서 부동산학 석사를 받고 이후에는 박사까지 학위를 취득했다. 주말과 새벽시간을 이용해 연구하면서 만든 책이다. 우선은 직장생활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이 책을 업데이트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물론 어느정도 팔려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권 소장은 현재 전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주거환경학회 정회원, 대한부동산학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집값이 오른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청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만큼 처음 청약에 접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당첨이 되었는데 부적격 당첨이 되거나 당첨이 취소돼 재당첨 제한에도 걸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본인에게 닥치지 않도록 미리미리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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