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크로드·산업혁명…인류사 이끈 실

입력 2020-02-13 18:08   수정 2020-02-14 15:34

바이킹족이 해협을 건너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들이 남들과 달랐던 점은 바로 양모로 만든 돛이었다. 바이킹족은 물에 잘 젖지 않는 양모를 돛천으로 사용해 더 멀리까지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강하고 파괴적인 것 위주로 기술됐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총과 균, 쇠가 역사를 움직인 힘이자 동력이었다고 밝혔다. 복식사를 연구해온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총보다 강한 실》에서 총보다 강하고 균보다 끈질기게, 쇠보다 오랫동안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온 물건에 주목한다. 바로 ‘실’이다. 저자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옥스퍼드대에서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책은 그동안 역사서에서 거의 다뤄진 적이 없는 ‘실의 역사’를 풀어낸다. 인류 태동부터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세계 교역의 시작, 산업혁명의 동력, 과학 발전 등 인류사의 주요 장면마다 함께 있었지만 힘과 권력에 가려져 있던 실과 직물의 흔적을 찾아간다.

저자는 “작은 실 하나가 역사를 움직였다”고 말한다. 리넨으로 시체를 감싼 이집트인, 고대 중국의 비단 제작의 비밀, 중세 유럽 왕족들의 레이스 경쟁, 남극대륙과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선택된 특별한 직물, 인간 한계를 넘기 위한 우주복, 전신 수영복 등 책에 나오는 직물과 실에 대한 13가지 이야기는 바느질과 실 잣기를 통해 여성들이 만들어낸 삶의 역사이다. 중세 유럽 왕족들이 펠리컨처럼 부풀어 오른 레이스를 자랑하듯 경쟁하는 모습 이면엔 레이스를 지어낸 가난한 여성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저자는 책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지금 책에서 눈을 떼고 자기 자신을 보라. 옷으로 감싸인 당신의 몸이 보일 것이다”. 이어 “실과 직물이 만들어내는 역사는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해 있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류는 실과 천을 만들어낸 덕분에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며 “직물은 철과 석탄 못지않게 인류 변화의 중요한 동력을 제공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안진이 옮김, 윌북, 440쪽, 1만78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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