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원조' 도미노피자…배달앱보다 앞선 IT 혁신으로 홀로 성장

입력 2020-02-13 17:30   수정 2020-02-14 01:03

국내 외식업계는 ‘배달 앱’이 장악했다. 1위 앱 배달의민족의 연간 거래액은 5조원을 넘는다. 매월 3000만 건 이상의 주문이 발생한다. 이 앱에 등록한 레스토랑과 브랜드는 30만 개 이상. “먹는 건 모두 배민으로 통한다”는 말도 생겼다.

하지만 이 배달 앱에서 도미노피자는 찾을 수 없다. 30년 전 배달피자 전문 브랜드로 시작한 도미노피자는 독립적인 배달 네트워크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 업계 최초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을 빠르게 도입하는 등 선제적으로 ‘푸드테크’ 경쟁력을 키운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미노피자 자체 앱 회원은 500만 명에 달한다.

‘피자 빅3’와 30년 경쟁에서 승리

도미노피자는 1960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탄생한 피자 브랜드다. 창업자가 폭스바겐 뉴비틀 한 대로 대학가와 군부대에 30분 내 피자를 배달한 게 시작이다. 한국에는 1990년 오금동에 1호점을 내며 진출했다. 샐러리맨이던 오광현 청오디피케이 회장(사진)은 도미노피자 미국 본사를 찾아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1994년 한국 사업을 인수했다. 당시 외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피자헛, 미스터피자 등 피자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전문 피자’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다. 타사가 크고 화려한 레스토랑 매장을 출점할 때도 도미노피자는 주요 상권 내 연간 20~30개 배달 매장을 내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이 같은 출점 전략은 2015년 외식 경기가 꺾이고, 배달 앱이 장악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대형 외식 매장이 고전하는 때도 도미노피자의 소형 배달 매장은 타격이 없었다.


IT기업에 가까운 혁신 또 혁신

외식업계에서 도미노피자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도 통한다. ‘업계 최초’의 푸드테크 기술은 대부분 도미노가 먼저 시작했다. 도미노피자는 2003년 국내 외식업계 최초로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온라인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 안에서 모든 주문이 가능한 ‘RIA 주문 시스템’으로 원클릭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한 2010년에는 공식 주문 앱을 내놨다. 모바일 홈페이지를 열어 게임하듯 피자를 주문하는 이벤트도 했다.

5년 전에는 소비자가 피자 도우부터 토핑까지 마음대로 레시피를 조절하는 ‘마이키친 서비스’를 내놨다. 2017년에는 AI 챗봇을 탑재해 모바일로 누구나 간편하게 말로 주문하는 ‘도미챗’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한강공원, 서울숲, 부산 해운대, 강원도 홍천강 등 전국 1000여 곳의 ‘도미노 스폿’을 지정해 피자를 배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했다.

피자를 주문하면 나의 음식이 어디에 있고, 언제 도착하는지 실시간 정보를 전해주는 ‘GPS 트래커’ 서비스도 도미노피자가 먼저 도입했다. 유민호 청오디피케이 브랜드전략팀 과장은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변화를 미리 예측해 가장 편리하고 좋은 가격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싸가시면 쌉니다” 방문포장의 힘

배달 전문 브랜드의 강점을 살린 또 하나의 전략은 ‘방문포장 확대’다. 기존 배달 전문인력을 모두 가동해도 모자랄 정도로 주문이 몰린 때가 있었지만 매출 정체에 처한 적도 있었다. 도미노피자는 본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가맹점 등 점포를 더 늘리는 대신 방문포장 주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점포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방문포장을 하면 40% 안팎 할인해주거나 사이드 메뉴를 무료로 주는 등의 행사를 연중 펼쳤다.

방문포장을 주문한 뒤 차량 번호를 알려주고 매장 앞에 기다리면 직원이 피자를 차로 가져다주는 ‘드라이빙 픽업 서비스’, 피자를 포장해 가는 길에 피자를 떨어뜨리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방문포장 보증제’ 등도 내놨다.

도미노피자는 세계에 1만6500여 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배달의 원조’ 브랜드로 불리는 만큼 각국에서 배송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호주 도미노피자는 자율배송 로봇을 도입하고, 뉴질랜드 도미노피자는 드론을 활용한 배달에 나서는 등 차별화한 배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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