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돈 주고 오스카를 샀다고?…"디카프리오가 울고 갈 소리" [연예 마켓+]

입력 2020-02-16 08:41   수정 2020-02-16 09:18


"CJ의 프로모션 덕분이다."
"아카데미 레이스를 하는데 3000만 달러를 썼다더라."
"오스카를 돈 주고 샀다."


너무 꿈같은 소식이라서 그랬을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에 오른 후 "'기생충'이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새로 썼다"는 찬사와 함께 "돈을 주고 산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일본을 중심으로 "투자배급사인 CJ에서 '기생충'을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로비를 하고 있다"는 깎아내리기식 보도가 있었지만, '기생충' 수상 이후 국내에서도 이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영화인들은 입을 모아 "아카데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렇게 돈으로 가능한 것이었다면, 왜 중국과 일본 영화는 그동안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냐"고 지적했다. "20년 동안 오스카를 받지 못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눈물 흘릴 소리"라는 반응도 나왔다.

◆ 소문의 시작, 오스카 캠페인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는 전 세계 8000여 명의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국내에서도 '기생충'의 송강호,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병헌,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등 40여 명의 영화인이 회원으로 있다.

이들에게 작품을 알리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간담회나 파티 등을 진행하는 것을 '아카데미 레이스' 혹은 '캠페인'이라고 칭한다.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8월부터 아카데미를 염두하고 캠페인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경쟁작들은 소니, 디즈니 등 빅 스튜디오 작품이었다. 북미 지역에서 중소 배급사로 꼽히는 네온(NEON)은 '기생충'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아카데미에서 최소 5개 부문 이상 후보에 올리겠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 한국 영화는 1963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지만, 본 시상식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초 목표는 수상도 아닌 후보 지명이었던 셈이다.

작품을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비용이 지불된다. 이는 '기생충' 뿐 아니라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최소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레이스 비용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CJ 측에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몇몇 매체를 통해 "3000만 달러(355억 원) 이상 썼다"는 말이 나오면서 "돈을 써서 상을 받은 거냐"는 반응이 나오게 된 것.


◆ "오스카 효과 노린 거 아니야?"

돈을 주고 오스카를 샀다는 무리수 주장을 하는 이들의 또 다른 근거 중 하나는 수상으로 얻을 수 있는 파생 효과에 있다. 실제로 아카데미 수상 이후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자회사 바른손은 거래일 5일 연속 급등을 이어갔다. 시상식 직전인 7일에 2000원 대에 거래됐던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4일엔 6000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3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

세계 202개국에 수출된 '기생충'은 박스오피스 매출로만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스카 효과'로 해외 박스오피스 선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배급사인 CJ ENM 뿐 아니라 '기생충'에 등장했던 '짜파구리' 제조사인 농심까지 주가가 요동쳤다.

주가만이 아니다. 세계 점유율 1위 음원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서는 '기생충' OST 음원 이용률이 1400% 증가했고, 대만에서는 극중 기태(송강호)가 하다가 망한 사업 중 하나로 등장하는 '대만 카스테라'에 대한 취재가 이어지고 있다.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있었던 스페인 고급 감자칩도 관심을 끌면서 제조사 사장이 "밤새워 일하고 있다"며 "아내와 어머니도 포장을 한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할 정도다.

◆ "선을 자꾸 넘네"

'아카데미 로비설'은 몇몇 일본 언론들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기생충'이 아카데미 총 6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었던 직후 일본 아사히신문은 자사 사이트에 아카데미상 후보 '기생충' 진격 뒤의 한국 기업'라는 제목으로 "'기생충'이 미국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건 CJ그룹과 이미경 부회장 덕분"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와 함께 CJ가 한국 영화, K-POP을 미국 시장에 알리는데 상당한 '푸쉬'를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교묘하게 한국 콘텐츠를 할리우드 등 미국 시장에서 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도 일본 스포츠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일본 배급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J가 아카데미 회원에 대한 로비 활동이 굉장했다"고 전했고, 니코니코뉴스도 "(수상) 쾌거 뒤엔 전략적인 로비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기생충'이 오스카를 받은 게) 억울하다"는 식의 기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신경 쓰지 않고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반응이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한국 영화의 북미 수출 단가 20~30%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인 만큼 "이 분위기를 이어갈 좋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는 것.

한국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던 전도연도 "이제 새로운 문이 다시 열린 것"이라며 "한국 배우, 감독, 스태프들이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도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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