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노인일자리, 질은 더 나빠졌다

입력 2020-02-17 14:57   수정 2020-02-17 15:14


정부가 나랏돈을 투입해 만든 '노인일자리'는 월급이 30만원도 안되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비판이 많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노인일자리 중 '민간형 일자리'는 한달 임금이 100만원이 넘는 것도 꽤 된다.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운영비나 인건비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이다. 민간의 수요에 따라 만든 일자리라 지속성이 높고 정부 예산 부담도 덜하다.

정부는 이런 민간형 일자리 비중을 약 24%까지 끌어올려 노인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3년간 민간형 비중은 되레 감소해 작년 16%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노인일자리 양 늘리기에 급급한 탓에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약속은 빈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월 27만원짜리 일자리만 급증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일자리는 2017년 49만6000명에서 지난해 68만4000명으로, 18만8000명 증가했다. 2015~2017년 증가폭(11만)보다 크게 높다. 작년엔 당초 목표량(61만명)을 7만명 넘게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지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에 투입하는 예산도 2017년 5232억원에서 작년 8220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는 1조원(1조1191억원)까지 넘겼다.

문제는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질이 낮은 '공익형 일자리'라는 점이다. 쓰레기 줍기, 교통 안내 등 단순 업무를 하고 한달 보수가 27만원에 그친다. 공익형 일자리는 2017~2019년 36만명에서 50만4000명으로, 14만4000명 늘었다. 전체 고용 증가분의 76.6%에 이른다.

반면 민간형 일자리는 작년 10만9000명으로 2017년(9만1000명)보다 1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인일자리 중 민간형의 비중은 2017년 18.3%에서 작년 15.9%로 쪼그라들었다. 민간형은 기업 수요에 따라 식료품·공산품 제조, 카페 운영, 택배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임금도 공익형보다 높다. 가령 노인의 업무 능력을 평가해 수요처로 연계해주는 '취업알선형'은 월평균 임금이 134만원이다.

◆"일자리 질 악화는 정부가 자초"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 노인일자리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민간형 위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질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정부 예산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점을 알고 있다. 복지부는 2018년 2월 발표한 '2018~2022년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안정된 민간일자리 확대'를 주요 정책 방향으로 명시했다. 2022년까지 민간형 비중을 24.3%(19만4000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민간형 비중은 되레 뒷걸음질쳐 정부의 공언이 빈말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는 민간형 일자리를 10만9000명에서 13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렇게 해도 전체 17.6%에 그친다. 실적이 목표만큼 나올지도 미지수다.

노인일자리 질 하락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2018년과 작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여파로 민간의 고용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며 "특히 취약계층인 노인이 민간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을 크게 늘렸지만, 짧은 시간에 늘릴 수 있는 고용은 공익형밖에 없었고 월 27만원짜리 용돈벌이 일자리만 양산됐다는 얘기다.

민간형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민간형 일자리 확대를 위해선 기업 수요에 맞게 노인들을 교육훈련하는 시스템과 체계적인 인력 매칭 시스템이 갖춰줘야 한다"며 "아직 이런 시스템은 걸음마 단계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노인일자리 질 향상에도 주력해 2022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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