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선박용 전원공급장치 등 개발…철저한 공정으로 불량률 0 도전"

입력 2020-02-27 15:06   수정 2020-02-27 15:08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는 미래 먹거리 준비다. 말처럼 쉽진 않다. 전혀 엉뚱한 분야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있다. 독일 강소기업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이를 찾는다. 인천의 코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오현규 대표는 늘 미래 먹거리를 생각한다. 오죽하면 그의 명함에는 ‘항상 10년 후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이란 슬로건이 적혀 있을 정도다. 코릴의 꾸준한 성장은 이런 미래에 대한 준비가 밑바탕이 되고 있다.

선박은 운항할 때뿐만 아니라 부두에 접안해 있을 때도 엔진을 가동한다. 냉난방·취사 등에 필요한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서다. 문제는 굴뚝에서 매연이 뿜어져나온다는 점이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이 배출된다. 국제적으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사용되는 게 ‘육상전원공급장치(AMP: alternative maritime power)’다. 육상의 전원을 끌어다 배에 공급하는 장치다. 배의 엔진을 켤 필요가 없다. 항구에 접안한 배는 파도에 따라 출렁인다. 그에 따라 AMP장비에서 공급되는 전원 케이블도 풀었다 감았다 해야 한다. 치렁치렁 늘어지면 물류에 방해되고 너무 빡빡하게 감겨 있으면 자칫 전원이 차단될 우려가 있다.

인천 가좌동의 코릴(대표 오현규)은 최근 AMP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른다. 이는 기존 산업용 릴에 비해 훨씬 고가 제품이다. 부산항만공사, 군장에너지 연료부두, 해양기술원의 선박인 이사부호, 해군기지, 하동 및 보령화력발전소 등에 이를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다. 이 회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선박, 항공기, 대형 크레인 등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모두 이 회사 제품이 들어가는 수요처들이다.

코릴은 산업용 릴 생산업체다. 릴은 케이블과 호스 등을 감는 보디와 여기에 감긴 제품을 의미한다. 릴을 통해 공기, 가스, 유류, 물, 전원 등을 수십에서 수백m까지 보낸다. 이 중 산업용 릴은 선박, 항공기, 소방차, 고소작업대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사용된다.

예컨대 고가사다리차가 사다리를 높게 뻗어 올리려면 릴이 따라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전력이나 유압을 공급받을 수 있다. 대형 크레인에 쓰이는 산업용 릴에는 릴뿐 아니라 컨트롤러까지 달려 있다. 이들이 크레인을 움직인다. 이 컨트롤러도 코릴이 만든다. 이 회사의 거래처는 1만여 곳에 이른다. 주요 거래처는 현대건설기계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포스코 현대제철 로템 등이다.

표준품은 물론 맞춤형 제품도 생산한다. 항공기 외부전원공급용 케이블 릴도 그중 하나다. 항공기가 계류장에 들어오면 청소 주유 정비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빠르게 다시 뜰 수 있다. 이때 자가발전기를 끈 뒤 지상에서 전원을 공급받는다. 항공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릴을 코릴이 개발해 국내 공항에 공급하고 있다. 탑승교 아래 설치된 케이블 릴을 통해 급속 충전이 이뤄진다. 이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그동안 대통령표창을 비롯해 총리표창 장관표창 등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첫째, 제품의 다양성과 품질 경쟁력이다. 오현규 대표는 “우리는 약 30년의 경험을 토대로 제품을 직접 설계해 제작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철저한 공정별 검사를 통해 제품 불량률 ‘제로(0)’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은 발명특허 17건을 비롯해 총 50여 건에 이른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점이 있다. 주요 경쟁 상대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업체들이다. 그는 “해외 경쟁사들이 여럿 있지만 우리처럼 표준제품과 맞춤형 기능성 제품을 골고루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도 강점이다. 오 대표는 “인천 본사와 군산 2공장, 부산영업소를 통해 전국 어디나 3시간 이내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해외 현장은 이틀 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용 중 고장을 줄이기 위해 사전예방서비스(비포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셋째, 미래를 위한 먹거리 개발 노력이다. 오 대표는 국내외 주요 전시회를 다니며 글로벌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이 회사는 부설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인천시가 지정한 비전기업들의 모임인 비전기업협회(회원사 1200개) 회장도 맡고 있는 오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나가기 위해 해외 전시회 참관과 미래 먹거리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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