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더 공격적 투자"…신세계의 역발상 통했다

입력 2020-02-27 15:58   수정 2020-02-27 16:01


신세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연결 기준)은 6조3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8% 늘어난 4682억원에 달했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듣는 시대에 신세계는 주력 사업인 백화점을 중심으로 탄탄한 성장을 이뤄냈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시작한 ‘역발상적 투자’가 성장의 기반이 됐다. 줄기차게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은 성장의 가속페달이 됐다.

어려운 시기에 대대적 투자

신세계가 성장 기반을 마련한 시기는 2016년이다. 그해 ‘6대 프로젝트’란 것을 진행했다. 6곳의 매장을 증축하거나 새로 열었다.

증축 대상은 서울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이었다. 서울과 부산에서 경쟁 백화점을 규모 면에서 압도하는 크기로 지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는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여기에 김해점, 하남점, 대구점을 잇달아 오픈했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자금은 총 2조원에 달했다.

이때 진행한 사업은 빠르게 결실을 맺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해외에서도 단일 백화점이 매출 2조원을 달성한 사례는 드물다.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영국 런던의 해러즈, 일본 도쿄의 이세탄 정도만 2조원을 넘겼을 뿐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성장할 여력이 크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쇼핑몰 센트럴시티, 호텔 JW메리어트 등이 한 단지 안에 어우러져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오픈 당시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 인증을 받았던 센텀시티점은 동북아 관광명소가 됐다. 초대형 찜질방 ‘스파랜드’, 직업 체험관 ‘키자니아’ 등 휴식과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매장이 곳곳에 있다. 부산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이 덕분에 센텀시티점은 서울을 벗어난 지방에서 최초로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겼다.

대구신세계도 지어지자마자 대구 최대 백화점으로 올라섰다. 2017년 대구 지역 매출 1위 백화점이 됐다. 영업 2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구신세계 또한 센텀시티점처럼 사람을 끌어모으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옥외 테마파크 ‘주라지’, 스포츠 테마파크 ‘트램폴린 파크’, 맛집 거리 ‘루앙스트리트’, 영화관, 대형 서점 등이 두루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백화점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매장도 축소되는 추세지만, 신세계는 반대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대전에 신규 매장 열기로

신세계는 최근에도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서울 영등포점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작년 8월부터 진행한 이 사업에서 신세계는 또 한 번 업계의 통념을 파괴했다. 두 동으로 이뤄진 백화점 건물 중 한 동을 통째로 ‘생활 전문관’으로 바꿨다. 과거 백화점 맨 위층 정도에 구색맞추기용으로 넣었던 리빙관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백화점은 옷 파는 곳’이란 개념을 완전히 바꿔놨다는 평가를 들었다. 여기에 백화점 지하에 있는 식품관을 1층으로 끌어올린 시도도 화제가 됐다. 국내 백화점이 1층에 식품관을 낸 최초의 사례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대전에 신규 점포를 선보일 계획이다. 2016년 대구점 오픈 이후 5년 만의 신규 출점이다. ‘대전 사이언스콤플렉스’란 이름의 이곳은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다. 투자액은 6300억원에 달한다. 연면적은 28만3466㎡다. 이곳 또한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다. 대전의 지역 특성을 살려 과학과 문화, 여가 등의 기능을 모두 담기로 했다. 백화점에는 명품 브랜드를 대거 넣기로 했다.

편집숍·PB 다수 선보여

신세계백화점은 매장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매장을 채울 ‘콘텐츠’ 확보에도 직접 나섰다. 남들과 똑같은 상품만 판매해선 차별화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말 대구신세계에서 처음 선보인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가 대표적이다. 시코르는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마음껏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체험형 매장이다. 이런 매장을 신세계가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K뷰티’ 산업이 급성장한 영향이 컸다. 기존 신세계백화점이 관계를 맺고 있는 화장품 회사들을 통해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 브랜드도 시코르에 가면 볼 수 있다.

분더샵은 국내 최초의 럭셔리 편집매장이다. 분더샵에서 직접 제작하는 프리미엄 여성복 ‘분더샵 컬렉션’은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해외에도 진출했다.

2017년 미국 뉴욕의 한 백화점에 처음 나갔고, 2018년에는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에 입점했다. 입점 첫해 당초 목표로 했던 매출의 약 20%를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뉴욕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과 영국 런던의 해러즈에도 정식 매장을 냈다.

편집숍뿐 아니라 다양한 자체상표(PB) 상품도 내놓고 있다. 물건을 단순히 떼다 파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디자인, 제작, 판매, 브랜딩 등 모든 과정을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한 것들이다.

2016년 내놓은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가 가장 성공한 PB로 꼽힌다. 델라라나는 메가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은 패션업계에서 ‘메가브랜드’의 기준이 된다. 최근에는 컨템포러리 PB ‘S’와 통합해 상품군을 확대했다. 이 밖에 여성 캐주얼 브랜드 ‘일라일’, 속옷 브랜드 ‘언컷’,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 프리미엄 맞춤 셔츠 브랜드 ‘분더샵 카미치에’ 등도 신세계백화점이 선보인 PB들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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