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장고끝 이스타 인수…생존기로서 '항공 빅3' 항로 택해

입력 2020-03-02 17:19   수정 2020-03-03 01:13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2일 확정지었다.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인수합병(M&A)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2개월여 만이다.

제주항공이 이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LCC업계 1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 향후 항공업계 지각변동이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두 차례 미루고 150억원 깎아 인수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 지분 51.17%(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이스타홀딩스 등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국내 LCC 간 첫 M&A다.

금액은 지난해 12월 MOU 체결 때(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아졌다. 양측은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을 고려해 서로 조금씩 양보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MOU 체결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계약 체결 시한을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 매매금액은 545억원이지만 실제 이스타홀딩스가 받는 금액은 345억원이다. 이스타홀딩스는 매각대금 중 200억원으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이행보증금으로 받은 115억원 가운데 100억원으로 이스타항공 CB를 사들였다. 향후 추가로 제주항공이 발행하는 CB를 1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국토교통부의 대주주 적격심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치는 대로 이행보증금을 제외한 430억원을 지분 취득 예정일인 4월 29일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양측이 두 차례 기한을 연기하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한 만큼 별 무리없이 잔금 결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업계 구조조정 선제적 대응”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확정한 것은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는 애경유화, 애경화학 등을 거느린 AK홀딩스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사진)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항공사 간 인수 추진인 만큼 미지의 길이지만 당면한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희망찬 미래를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이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안다”며 “국내 항공업계가 조만간 재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항공업계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도 주문했다. 그는 “제주항공은 지난 15년 동안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왔고, LCC라는 사업모델을 성공시켰다”며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을 품은 제주항공은 규모 면에선 LCC를 넘어 대형항공사(FSC) 위치도 넘본다. 지난해 제주항공(14.8%)과 이스타항공(9.5%)의 국내 여객시장 점유율은 24.3%로, 아시아나항공(19.3%)·에어부산(9.2%)·에어서울(0.3%) 등 아시아나 계열(28.7%)과 비슷해진다. 항공기 보유 대수도 68대로, 아시아나항공(86대)에 바짝 다가선다.

이스타항공 정상화 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황이 악화한 만큼 제주항공은 인수 후 운영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과 AK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애경그룹의 총 자산은 현재 10조원 이하여서 계열사를 통한 채무 보증도 가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통합 후 중첩 노선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면 구조조정 이후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일 경제전쟁과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내몰려 항공산업 내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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