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 27조원 급증 '역대 최대'…코로나發 부실대출 우려 커졌다

입력 2020-03-04 14:57   수정 2020-03-05 01:47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27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줄면서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확대되면서 자영업자의 여건은 한층 더 팍팍해지고 있다.


자영업자, 2금융권 차입 급증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지난해 말 예금취급기관의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 대출금은 226조7619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13.3%(26조5895억원) 늘었다. 작년 증가율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들 업종의 대출금 증가율은 같은 기간 전체 산업 대출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전체 산업 대출금은 지난해 말 1207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7% 늘었다.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에는 롯데쇼핑 호텔신라 이마트 등 유통 대기업도 포함되지만 이들 대기업은 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채로 자금 조달에 나선다. 예금취급기관에서 차입금을 조달하는 곳의 상당수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로 추정된다.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 증가율은 2015~2017년 7%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2018년 10.7%, 지난해 13.3%로 크게 뛰었다.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 상호금융을 비롯해 제2금융권(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에 몰리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2금융권 대출은 지난해 말 63조38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소득이 줄면서 부족한 자금을 차입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국내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줄어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 참여자들이 늘어난 것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4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신설 법인은 6738개로 전분기에 비해 9.2%(566개) 늘었다.

저소득 자영업자 뇌관 되나

급격하게 불어나는 자영업자의 빚이 한국 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소득 3000만원을 밑도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늘어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저소득 자영업자 가운데 90일 이상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장기 연체 차주의 비중은 2018년 말 1%대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2%로 증가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저소득 자영업자는 업황 부진을 견딜 여력이 부족하다”며 “경기가 둔화하면 대출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급랭 여파로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관광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 체감경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달보다 8포인트 떨어진 87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9) 후 가장 낮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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