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그림 값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입력 2020-03-05 18:05   수정 2020-03-06 00:07

먼저, 현재 여러분이 주변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그림 값은 적절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림 값은 어떻게 정해질까요? 대략 이런 구도이지 싶습니다.

먼저, 화가의 입장입니다. 생애 첫 전시를 할 때 제일 먼저 난관에 부딪히는 게 있는데, 바로 ‘그림 값을 어떻게 정할까’일 겁니다. 스스로 자기 그림에 가치를 부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먼저 전시한 친구 그림 값에 연동도 하고, 하나뿐인 작품이란 자신감으로 얼토당토않게 비싸게 부르기도 하고, 예술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값을 정하지 않기도 하죠.

어쨌거나 그 첫 전시를 정신없이 치르고 나면 어렴풋하게나마 감이 잡힙니다. 반성을 많이 하게 되는데, 자신의 의지와 현실은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전시를 거듭할수록 들쭉날쭉하던 그림 값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즈음이 돼서야 화랑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특정 화랑과 연결까지 되면 비로소 미술시장에 들어서게 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화랑의 입장을 짐작해 보겠습니다. 매년 수많은 화가가 전시를 하지만 어느 정도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주로 관망합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일찍 화가와 손잡으면 기회비용이 높아지고, 너무 늦으면 다른 화랑이 ‘찜’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단어인 ‘적당한’ 시기에 특정 화가와 연을 맺습니다. 그리고 전시를 계획하게 되는데, 화가로서는 여태 전시와는 다른 수익 배분이라는 생소한 환경을 만나게 됩니다.

언뜻 화랑은 폼 나는 문화사업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문화를 거래하는 수익사업입니다. 그래서 팔리면 좋고 안 팔리면 그만인 이전의 그림 값과는 다른, 현실성 있는 그림 값을 의논하게 되는데 대부분 화랑의 뜻이 반영됩니다. 소위 그 분야의 프로들이니까요. 그림을 척 보면 딱 맞는 구매자들이 연상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진짜 그림 값이 매겨지게 됩니다.

구매자의 입장에도 서 보겠습니다. ‘사는 게 그림 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종 결정은 구매자가 한다는 뜻이지요. 그림 값이 천정부지로 쭉쭉 오르면 참 좋겠으나 그건 그림이 전부인 화가나 수익을 내야 하는 화랑의 바람이고, 구매자는 그림 값에 대해 가장 객관적이고 냉철한 쪽이지요. 새 집에 필요해서든지, 투자로 구매하든지 간에 화랑의 조언은 듣겠지만, 저 정도 그림에 이 정도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될 때 비로소 지갑을 열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 전시가 흡족하게 잘 끝나면 그림 값이 무사히(?) 통과된 것이나 마찬가지고, 화랑은 그 작가와 다음 전시를 웃으면서 같이 준비할 수 있지요.

이렇게 그림 값은 화가의 그림과 화랑의 판단력, 구매자의 수긍이라는 세 가지가 잘 조화가 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대부분 그림 값은 신뢰할 수 있다고 한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지요? ‘부르는 게 그림 값’이라는 소위 성층권의 대가들에게는 상관없는 얘기일 것 같으나 그들 역시, 이런 과정을 다 거치며 체급을 올린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림 값은 ‘사는 게 값’과 ‘부르는 게 값’ 사이의 영원한 줄다리기 혹은 숙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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