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증시 위기 때 쓰러진 제이미 다이먼…불안 확대

입력 2020-03-10 07:52   수정 2020-03-10 15:29



9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은 '블랙 먼데이'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포인트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2013포인트가 넘게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장 초반 7% 넘게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의 석유 전쟁이 직접적으로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국제유가가 장 초반 32%까지 추락하자 이날 S&P 에너지섹터는 20.08% 떨어졌습니다. 셰일회사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의 주가는 하루만에 52.01% 추락했고,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47%, 콘티넨털리소시스가 40% 급락했습니다.
이날 에너지 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의 경우 투자등급중 가장 낮은 BBB등급 채권이 하루만에 평균 1달러당 40센트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사겠다는 주문 자체가 사라지면서 폭포수처럼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SM에너지의 2027년 만채는 지난 금요일 달러당 71센트 수준에서 이날 30센트 초반으로 급락했습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AAA' 등급의 엑손모빌의 회사채도 이날 달러당 9센트가 떨어졌습니다.



이는 유가가 낮아질 경우 막대한 빚을 내 셰일오일을 채굴해온 미국 에너지 업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스타트에너지리서치에 따르면 40개의 대규모 셰일오일 회사들이 올해부터 향후 7년간 갚아야할 부채는 무려 710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동안은 만기에 도달한 채권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 112억달러, 내년 133억달러, 2022년 183억달러 등으로 증가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하반기부터 유가는 50달러대로 떨어지고 천연가스 가격은 2달러 수준에 머물면서 여러 셰일회사들의 파산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셰일혁명의 선구자 중 하나인 체사피크에너지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에너지 익스포저 위험이 커지면서 관련 대출이 많은 금융사들의 주가도 덩달아 폭락했습니다.
에너지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BOK파이낸셜의 경우 주가가 이날 25.53% 떨어졌습니다. 대출의 18.1%가 에너지 관련 대출로, 이는 자본금의 108%에 달합니다.
JP모간과 씨티은행의 경우 자본금의 7~15% 수준이 에너지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제로금리가 되면 수익기반이 침식될 것이란 우려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침체를 부를 것이란 예상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한달 간 생산활동이 중단됐던 중국은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조금씩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제품을 생산해도 이제 팔 곳이 없습니다.
중국산 상품을 사들이던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이날 봉쇄령을 북부에서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소비 등 경제활동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중국은 1분기에 충격을 받았지만, 중국과 같은 과격한 방지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유럽과 미국은 2~3분기까지 코로나19 침체를 겪게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이렇게되면 국제 금융시장은 커다란 하향 압력을 받으며 요동칠 수 있습니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계획이 필요하다. 적극적 금리 인하와 재정 지원 등을 주도할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번 사태 해결이 쉽지않은 건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생물학적 요인 외에도 인간 세상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 겁니다.
그는 "이런 때 월가의 리더인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심장수술을 받아 입원중인 것은 투자자들에게 운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상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월가의 리더들이 모여 이를 수습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재무장관과 주요 은행과 투자은행(IB) CEO들이 모여 리먼, 베어스턴스 등 부도 위기의 금융사들을 나눠 인수함으로써 시장 충격 확산을 막았습니다.
현재 월가에선 독주중인 JP모간을 10년째 이끌어온 다이먼 CEO가 단연 리더로 꼽힙니다. 또 다른 리더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CEO는 지난해 말레이시아 '1MDB 스캔들'로 낙마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일 월가의 CEO들을 백악관으로 소집해 긴급회의를 갖습니다. 입원중인 다이먼은 참석하지 못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 영향은 크지 않다. 사망자 수는 독감과 비교할 때 적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미국 경제는 건강하다"며 대규모 재정 정책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날 증시가 폭락하자, 급여세 감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시작한 석유 전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영향력이 없습니다.
중동에선 이스라엘 위주의 편향적 정책을 펴면서 사우디와의 관계가 냉각됐습니다. 지난해 이란이 사우디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공격했을 때도 반격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사우디에 전화했지만 증산 사태가 금방 해결될 것으로 보는 이는 없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수많은 제재를 두드려 맞았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기업들은 손발이 모두 묶인 상태입니다. 이런 러시아가 미국 셰일업체들을 위해 증산을 거두지는 않을 겁니다. 사우디와 러시아간 석유전쟁을 말릴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없다는 뜻입니다.
월가에선 러시아의 이번 석유전쟁의 최종 목표는 자신보다 높은 원가로 셰일오일을 뽑아낸 뒤 OPEC+의 감산 덕분에 이익을 내온 미국 셰일업자들을 망하게 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 짐 크레이머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낮은 경우 분석하는 35개 셰일기업 가운데 9~10개가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침체때는 뉴욕 증시는 평균 30% 이상 조정을 받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최대 60%까지 떨어졌습니다.
주요 지수는 이날 지난달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약 19%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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