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3만명 시대에…與 "방통·야간 대학에도 로스쿨 설치"

입력 2020-03-12 14:39   수정 2020-03-12 14:45

여당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방송통신대와 야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적절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약자나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이들의 법조계 진출을 촉진할 것이란 기대와 방통대·야간 로스쿨으로는 제대로 된 법조인 양성 교육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이미 변호사 공급은 포화 상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현재의 로스쿨은 등록금과 부대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전형과정 또한 20~30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직장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통대·야간 로스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방통대 로스쿨 등록금의 경우 현재 평균 1000만원 수준인 기존 로스쿨 등록금의 20~25% 수준으로 책정해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로스쿨 신입생의 절대다수는 31세 이하인데 야간 로스쿨을 열어 30~40대 직장인들의 법조시장 진입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고등교육법 등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변호사들 사이에선 로스쿨이 추가로 만들어져 변호사들이 더욱 많이 배출될 경우 안그래도 공급 포화 상태인 법률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민주당은 방통대와 야간 로스쿨의 정원을 각 100명씩으로 두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현재 기준인 전체 로스쿨 정원 대비 75% 수준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방통대·야간 로스쿨 신설으로 로스쿨 입학 정원이 200명 더 늘어날 경우, 산술적으로 매년 150명의 변호사들이 추가로 배출되게 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방통대·야간 로스쿨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매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늘리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기존 제도 안에서 저소득층과 직장인 등의 로스쿨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은 법조인력 양성의 골격을 바꾸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지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된 이래 매년 1500명 안팎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2006년 1만명을 돌파했으며 2014년에 2만명, 2019년 3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일부 변호사는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다고 할 만큼 변호사 공급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며 “무턱대고 변호사 수를 늘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변시 제도 변화 없인 희망고문”

방통대 로스쿨을 두고선 온라인으로 법조인에게 필요한 소양과 지식 등 교육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교육은 토론 수업도 많고 똑같은 법리를 가르치더라도 개인마다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 보니 맞춤형, 면대면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주 가량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도 수업의 질과 효율성에 대한 학생과 교수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선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에 앞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대폭 증원이 먼저라는 의견도 많다. 현재 변호사시헙 합격자 수는 응시자가 아니라 로스쿨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으로 고정된 만큼 매년 1500명 가량만 변호사가 된다. 반면 변호사시험에서 탈락한 재응시 인원은 매년 누적된다. 따라서 응시 인원 대비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2012년 87%에서 지난해 50%까지 떨어졌다.

김순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현재도 사회적 약자가 특별전형과 지역인재전형 등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지만, 변호사시험이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실제 변호사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적다”며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 하거나 합격률을 대폭 늘리지 않는 이상 방통대·야간 로스쿨생들도 결국 희망고문을 당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도 “변호사시험을 통해 로스쿨 정원 75%만 합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한 그 어떤 대책도 미봉책”이라고 했다.



법대 교수들 사이에선 방통대·야간 로스쿨 반대를 넘어 이번 기회에 로스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한법학교수회는 성명을 내고 “일방향식 주입식 온라인 로스쿨이 어떻게 실무적 능력이 탁월한 변호사를 만들 수 있겠나”라며 “온라인 로스쿨을 만들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도 응시할 수 있는 사법시험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배경 가진 법률가 양성 가능”

반면 다양한 학문적·사회적 배경을 지닌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를 방통대·야간 로스쿨이 가장 잘 살릴 수 있다는 찬성 의견도 있다. 실제로 로스쿨 입학생 분포를 보면 ‘문과 출신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획일화돼 있다. 올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156명 가운데 사회·상경 계열이 103명으로 66%를 차지했으며, 공학계열(9명) 자연계열(4명) 의학계열(1명) 등은 소수에 그쳤다. 2018년 기준 로스쿨 입학생의 86.7%는 31세 이하였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통대나 야간 로스쿨이 생길 경우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는 직장인들이 법조인으로 양성돼 법률시장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 입장에서도 다양한 법조인이 배출될 수록 선택권이 넓어져 이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방통대가 2018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4%가 ‘사회적 다양성 확보’ 등을 이유로 방통대 로스쿨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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