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현 시인 "부드럽지만 단호한 서정시…공감·연대의 메시지 담았죠"

입력 2020-03-15 17:09   수정 2020-03-16 00:29


“부드럽지만 단호한 시들입니다. 서정적 분위기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보려 했습니다.”

‘2017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주민현 시인(31)은 최근 펴낸 첫 번째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문학동네)에 대해 “여성으로서 지금 시대를 어떤 식으로 성찰하고, 또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썼다”며 이렇게 말했다. 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를 찾은 주 시인은 “읽는 이들이 시 속에서 지나가는 곳곳을 같이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그 안에 담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등단 3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에는 55편의 시가 수록됐다. 시인 특유의 부드러운 어조와 쉬운 문체로 친밀하지만 나와는 다른 타인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연대를 이야기하는 시들이다. 시 ‘철새와 엽총’은 아랍 여성과 한국 여성이 함께 앉아 할랄푸드를 먹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특정 문화권과 관련없이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의 무차별한 폭력적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시입니다. 시를 쓰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성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시 안에서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연대의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등단 이후 시인으로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등단 초기에는 연속적인 주제의식을 갖지 않고 그때그때 시를 썼죠. 지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큰 방향성을 갖고 쓰고 있습니다.”

시집 표지색인 연보라색은 주 시인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보라색은 남성을 상징하는 파랑과 여성의 분홍을 섞은 색으로 ‘페미니즘’을 상징한다. 주 시인은 “중성적 색깔을 통해 남성과 여성이란 이분법적인 사회적 시선을 허물면서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록시 ‘킬트의 시대’ 시구에서 따온 제목 ‘킬트, 그리고 퀼트’에 대해선 “뜨개질을 뜻하는 ‘퀼트’를 통해 중구난방 흩어져 있던 시 속 주제들을 하나로 봉합한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김상혁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함께 있음’이란 윤리적 전략이 숨어 있다”며 “이는 주체와 타자를 친밀한 관계로 이끄는 동시에 두 사람의 다름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평했다. 주 시인은 “고립이나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그걸 대신 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걸 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수록시 중 공간적 배경은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카프리섬 등 이국적 공간, 시각적 배경은 밤으로 설정한 작품이 많다. 또 시 10편은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안젤름 키퍼의 《알려진 밤의 질서》 등 문학작품과 ‘아이슬란드 여성 총파업’ 같은 사회적 사건을 인용한다.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다른 존재에 귀를 기울여보며 타인에 대한 이해의 여지를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밤에 조명이 켜지고 빛이 반사될 때면 보이지 않던 약자들이나 사물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유명 작품과 인물들을 연결해 나만의 언어로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죠.”

시에 드러나는 시인의 페미니즘적 관점은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페미니즘에 대한 뭔가 강력한 선언은 없어요. 타인에 대한 윤리를 동반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흐름을 읽고 ‘나는 그것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런데 당신은 어때?’라고 천천히 물으며 다가가려는 이른바 ‘공감의 페미니즘’이에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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