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기업가 빌 게이츠의 퇴장

입력 2020-03-16 18:15   수정 2020-03-17 00:12

빌 게이츠는 대학 중퇴→차고(골방) 창업→억만장자 등극이라는 미국식 성공스토리의 첫 모델로 꼽힌다.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1975년 19세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해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 PC(개인용 컴퓨터)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의 일이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한 그의 발걸음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도 불리는 컴퓨터산업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MS사의 엑셀과 윈도를 처음 써보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생생한 이들에게 빌 게이츠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이만하면 존경과 찬사의 대상이건만 의외로 ‘광팬’은 많지 않다. 그의 삶과 성공을 주제로 한 영화가 없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동갑내기 스티브 잡스(애플)는 물론이고, 한참 어린 데다 기업가로서 더 검증받아야 할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의 스토리가 영화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그를 ‘악의 제국의 수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웹브라우저 끼워팔기’ 등에 대한 반감 탓이다.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2000년 6월에는 회사분할 판결을 받는 수모도 겪었다. 이런 분위기는 2001년 스티브 발머에게 CEO 자리를 넘겨주고 사실상 불명예 퇴진하는 배경이 됐다.

2008년 6월 공식은퇴 뒤에도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던 게이츠가 지난 13일 완전퇴장을 선언했다. MS와 벅셔해서웨이 이사직을 내려놓고 기업가로서의 삶에 작별을 고했다. 자신의 삶 자체였던 MS를 떠나면서 “자선활동에 전념하고 싶어서”라는 뭉클한 퇴장의 변을 남겼다.

이미 ‘자선사업가 빌 게이츠’의 활약은 ‘기업가 빌 게이츠’ 못지 않다. 쉰을 바라보는 2006년 처음 은퇴의사를 밝힐 때부터 “MS와 자선사업의 비중을 맞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인과 자신의 이름을 딴 ‘빌&멀린다게이츠 재단’을 설립, 활발한 자선사업을 벌였다. 재산 99%를 기부하고, 3명의 자녀에게 각 1000만달러(약 120억원)만 상속하겠다는 깜짝 선언도 했다.

2008년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게이츠는 이런 자신의 구상을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 명명했다. 자본주의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였다. 그의 시선이 뛰어난 기업가를 넘어 멋진 세상 설계자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좋은 자본주의’를 위해 앞으로 빌 게이츠가 만들어낼 ‘소프트웨어’가 기대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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