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금리' 호재? 이번엔 다르다…분양시장은 그래도 '好好'

입력 2020-03-25 15:56   수정 2020-03-25 16:02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입니다. 초저금리 상태지만 실물경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부동산시장만 비켜갈 수 없을 겁니다.”(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실장) “지금은 초저금리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악재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경기 상황이 안 좋으니 경기부양책으로 초저금리 카드를 꺼냈으니까요.”(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역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로 내려 0%대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다. 금리 인하는 통상 부동산시장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시장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코로나19발(發) 글로벌 경제 충격이 상반기 부동산시장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다만 신규 분양시장은 외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기준금리 0%대 시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 지난 3일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15일 1.0%포인트 추가로 낮췄다. 이에 따라 0~0.25%로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국은 또 긴급 단기유동성 공급을 계획하는 등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포인트 전격 인하해 연 0.75%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 예금 이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가상승률이 연간 1%를 넘어갈 경우 은행 이자를 받아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부동산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거래가 늘어나고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상적인 기대 효과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한국은행이 이달 초 금리 인하를 주저했던 이유는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0%대로 낮춘 것은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매매시장 급랭할 수도

전문가들은 상반기 부동산시장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초만 해도 금리가 낮은 데다 아파트 가격이 좀처럼 꺾일 기미가 없어 투자자들도 버티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자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강남권에서 5억원 가까이 빠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14.75% 뛰었다. 2007년(28.40%) 후 13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서울 ‘강남 3구’ 공시가격은 18.45~25.57% 급등했다.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주택은 30만 가구를 넘어섰다. 기존 아파트에 대한 거래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윤경 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기가 안 좋아 불안감이 커지고 그 공포가 부동산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과 6월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종료 등 세금 문제까지 겹칠 수 있어 상반기 아파트 가격지수는 마이너스로 반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른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까지 겹쳐 부동산시장이 급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량이 적은 전세시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월세 선호 현상 등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분양마케팅업체인 한아름의 유수현 부사장은 “서울 부동산시장이 세금 강화와 대출 규제로 움츠러들고 있다”며 “기존 아파트는 거래가 안 되고 전세가격은 강보합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분양시장은 호조 지속, 수익형 부동산 타격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분양가를 규제하는 신규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청약시장은 계속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대구 중구에 공급된 청라힐스자이가 최고 416 대 1, 평균 18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게 이를 잘 말해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와 공공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등으로 신규 단지의 분양가는 저렴한 편이다. 박 전문위원은 “실수요자는 인내심을 갖고 청약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 부사장도 “무주택자 말고는 1순위 청약이 힘든 구조”라며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청약시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금리 시대에 주목받는 게 상가 오피스텔 호텔 지식산업센터 같은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 등 상업시설 임차인의 실적이 크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허 실장은 “매출 급감으로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임차인이 줄고 있다”며 “금리보다는 경기 상황에 따른 임대수익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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