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오페라와 대중음악의 시간

입력 2020-03-19 17:13   수정 2020-03-20 00:07

오페라는 400여 년 전 등장한 이후 그 면면과 스타일이 다양하게 발전돼 왔다. 초창기엔 즐길거리가 다양하지 않아서였는지 연극에 음악의 옷을 입힌 오페라는 파격적인 관심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했다. 초기 오페라는 지금과는 현격히 다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도 음악의 음폭이 얕고 리듬감이 단조로우며 배우들의 무대 위 동선이나 움직임도 정적이었다. 그런데도 노래를 부르면서 연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비제의 ‘카르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같이 작곡자의 작품으로 여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오페라 초기 100여 년간은 좀 달랐다. 관객들의 관심은 작곡자의 음악이 아니라 노래를 하는 가수(성악가)에게 쏠려 있었다.

자연스럽게 스타 가수들이 양산됐다. 심지어는 카스트라토 열풍도 불었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 이전의 고음을 유지하면서 노래의 기교도 뽐낼 수 있도록 거세한 남성 가수다. 이 때문에 이 시기 관객 일부는 공연장에서 차를 마시며 잡담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 좋아하는 가수의 독창곡(아리아)이 나오면 그제야 무대에 집중하고 노래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특정한 곡을 선별해 감상하려는 모습은 지금의 대중음악 관객과도 닮아 있는 부분이긴 하다.

대중음악은 긴 오페라 음악과 달리 한 곡이 4~5분 내외다. 지루하다는 생각이 떠오를 새도 없다. 요즘은 여러 가수의 곡을 한데 모아 재생시키는 기능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감상하기도 편리하다. 대중음악이라고 해서 예술적인 감수성이 모자라는 것도 아니다. 화성·음계·리듬·박자 등 서양음악의 원리 안에서 작곡된 대중음악은 4~5분의 짧은 시간에 변화와 통일성, 휴식, 감성을 제공하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 즐길거리다.

반면 오페라는 감상 지점이 좀 다르다. 두 시간 안팎의 긴 시간이 주는 의미는 오케스트라와 가수가 들려주는 음악적 기능과 작품이 갖고 있는 이야기라는 기능이 함께한다는 것이다.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아리아나 이중창 등의 노래가 나오면 더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즐기는 짧은 길이의 대중음악은 우리 삶을 즐겁고 청량하게 해준다. 때로는 오페라 같이 삶의 이야기와 음악이 이어지는 두 시간여 동안 아리아, 듀엣, 합창곡, 오케스트라의 연주 등 흥미로운 음악을 찾아 듣는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해가 시작되고 벌써 석 달이 지날 정도로 시간이 빠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긴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임에도 삶을 길고 크게 보는 관점을 가져보면 어떨까.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시간은 삶의 순간을 힘들게 또는 즐겁게 하지만, 긴 호흡의 시간은 좀 더 넉넉하고 여유로운, 그리고 나에게 찾아온 노래를 더욱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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