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Global insight] 러·사우디 석유전쟁…천덕꾸러기 된 셰일오일 몰락하나

입력 2020-04-03 17:10   수정 2020-04-04 01:30

글로벌 석유 시장의 패권은 누구 손에 들어갈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이끄는 비(非)OPEC, 셰일오일 혁명의 주인공 미국 등이 후보군이다. 이들을 둘러싼 변수가 워낙 많은 만큼 섣불리 승자를 예견하긴 힘들다.

셰일오일만 해도 그렇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셰일오일이 조만간 승자가 될 것이라고 꼽는 사람이 많았다. 작년 이맘때쯤 국제 유가는 해가 바뀌고 4개월간 30% 이상 상승했다. 리비아 내전과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등 대외 환경은 불안정했지만 미국 최대 셰일 유전지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가 든든하게 내수를 뒷받침했다.

당시 셰일오일산업에 새로운 변화도 있었다. 이전 10여 년간 셰일업계는 중소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이어졌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일부 셰일업체는 대형 석유회사들에 인수합병(M&A)되고 소규모 업체는 도태됐다. 채굴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셰일오일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배럴당 평균 68달러를 웃돌던 채굴 비용은 46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석유 시장의 패권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는 작년 애너다코페트롤리엄 인수전에서 드러났다. 애너다코는 셰일오일 생산량으로 보면 10위권 밖에 있는 중소업체지만 미국 2위 정유업체 셰브런과 글로벌 정유업체 옥시덴털이 서로 갖겠다고 뛰어들면서 몸값이 55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너다코 인수전을 ‘퍼미안 왕좌(permian throne)’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텍사스 퍼미안 셰일 유전에 빗댄 것이다. 그들이 무리해서라도 셰일오일 패권을 잡으려는 건 향후 글로벌 석유 패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라고 봤다.

단 1년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제 셰일오일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대형 변수가 터졌다. 이 와중에 패권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늘리며 가격 경쟁에 나섰다.

셰일오일은 고유가에 기반한 사업이다. 국제 유가가 20달러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배럴당 46달러로 떨어진 셰일오일의 채굴 비용은 의미를 잃었다. 사우디, 이라크 등 배럴당 10달러 안팎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저비용 산유국은 버틸 수 있지만 셰일오일은 생존이 어렵다.

미국 셰일업계의 위기는 성큼 다가왔다. 지난 1일 올해 첫 파산 사례가 나왔다. 셰일오일 채굴업체 화이팅페트롤리엄이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다. 애너다코 인수전에서 승리한 옥시덴털은 최근 직원 급여를 최대 30% 삭감했다.

미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셰일오일산업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브스 에너지 부문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래피어는 기고문을 통해 “미국 셰일오일산업이 실패하면 석유 생산 통제권을 사우디에 주게 된다”며 “이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 일자리를 없애고 국내 석유 생산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가 장기간 저유가를 고집하진 못하겠지만 미국에 상당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짐 크란 미 라이스대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사우디가 원유를 많이 생산하면 원유 가격은 현재 수준에 머물고 셰일오일 부문은 고사한다”며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받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미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사우디가 승기를 잡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석유 패권을 둘러싼 싸움의 승자는 아직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사우디가 이대로 석유 패권을 쥐게 될지, 셰일오일이 부활할지 관심을 모은다.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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