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열 노조위원장 "상상인證 출범 정상적…의혹으로 희생양 만들면 안돼"

입력 2020-04-07 14:55   수정 2020-04-07 15:20



"정상적인 회사에서 정상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김호열 상상인증권 노조위원장은 1994년 한국상업은행의 자회사인 상업증권에 입사했다. 그는 26년째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 이름이 네 차례나 바뀌었다. 상업증권이 일은증권 브릿지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을 거쳐 상상인증권이 됐다.

그는 2011년부터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노동자를 대변하고 있다. 금융업계 최장기간인 '589일' 파업 기록도 갖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대치동 상상인증권 본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슈가 된 상상인그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류 의혹에 대해 "의혹 만으로 희생양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상인그룹의 상상인증권 인수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그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상상인그룹은 지난해 3월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상상인증권으로 바꿨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직원 120명도 그대로 상상인증권으로 옮겨왔다.

의혹은 상상인그룹의 자회사인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나왔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18년 7월 2차 전환사채(CB)를 담보로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에 100억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더블유에프엠이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총괄 대표를 지낸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인수한 회사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상상인이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도움을 받기 위해 조 전 장관 측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은 "거듭 밝히지만 골든브릿지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며 "특혜가 아닌 노동자들이 감독 당국의 과도한 심사 행정에 맞서 얻어낸 값진 성과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순탄치 않았던 피인수

상상인그룹의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에 신청한 대주주 적격성 승인 심사가 10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자본시장법에 의거해 60일 이내에 끝나야 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두 가지의 이유를 들어 적격성 승인 신청을 10개월간 중단 및 보류했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에 대주주 적격 심사가 신청되고 3개월 만에 심사가 중단됐다"며 "첫 번째 이유는 상상인저축은행의 담보주식 처분 공시 1일 지연"이라고 했다.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반대매매를 5일 내에 공시해야 하는데, 하루 지난 6일째 공시했다고 대주주 적격 심사 자체를 중단시킨 것이다.

이에 노조는 공시 1일 지연이 인수합병을 중단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 앞에서 집회에 나서면서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고 금감원은 그해 11월 심사를 재개했다.

심사 재개의 기대감이 사라지기도 전에 믿었던 상상인그룹이 인수 계약해제를 공표하며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상상인 측은 "계약해제 조항상 정부 인허가 승인 기한(2018년 12월 31일)이 경과함에 따라 계약의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인허가가 나지 않으니 계약 조항에 따라 인수를 철회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금감원의 압박에 상상인이 백기를 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과 노조 측은 "계약 해석상의 견해 차이"라며 인수 계약을 이행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를 상상인 측이 받아들이면서 계약은 3개월 연장됐다. 회사 정상화를 바랐던 노조는 매주 집회를 이어갔고, 윤석헌 금감원장과의 면담도 성사시켰다. 결국 금감원은 승인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해 3월6일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상상인그룹에 인수돼 상상인증권이 됐다.

험난했던 인수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언급된 일은 없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피인수 전까지 노조는 19개월간 파업을 이어가며 사측과 대립했다. 파업 후 직원들은 월평균 200만원의 임금을 받았다.



◆ "다시 원점으로…차별화 전략 만이 살 길"

김 위원장은 상상인증권으로 합병된 후 대립했던 노사 관계가 신뢰 관계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인그룹의 유준원 대표가 3개월에 걸쳐 120명 임직원을 개별 면담한 게 노사 관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신입사원 6명을 받았다. 상상인증권이 신입사원을 채용한 건 2010년 2월 이후 9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적은 규모지만 신입사원을 채용했다는 건 회사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라며 "이제는 직원들이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피인수 이후 상상인증권의 실적은 나아지고 있다. 2018년에는 11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54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0억원 영업이익 내기도 했다. 상상인증권 측은 올해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자본이 경쟁력이 되는 증권업계에서 경쟁사를 따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차별화된 전략만이 생존의 요소다. 그는 올해가 상상인증권에 있어 영업망과 비대면 서비스를 키우고 리테일 실적 개선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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