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타본 엄마차 '아반떼'…"아방이가 달라졌다" [김보형 기자의 시승기]

입력 2020-04-09 09:00   수정 2020-04-09 16:01



지금처럼 벚꽃잎 흩날리던 4월 봄 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다 아파트 주차장에 낯선 파란색 차가 눈에 띄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물방울 형상의 곡선에 동그란 ‘고양이 눈’을 닮은 헤드램프가 인상적이었다.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차 어때?"

엄마의 첫 차는 1995년 2세대 '아반떼‘(1세대 아반떼는 1990년 출시된 엘란트라)였다. 대우 에스페로, 기아차 세피아가 주름잡던 준중형차 시장을 이른바 씹어 먹었던 차다.

학원을 오갈 때 조수석에서 지켜본 아반떼는 멋스런 외장에 비해 실내는 별로였다. 차량 내장재와 접작체가 유발하는 '새차 냄새'는 새집증후군과 맞먹었다. 아날로그 계기판은 깔끔하다 못해 휑한 느낌이었다. 딱딱한 시트도 여간 불편했다. 1.5리터 알파엔진은 에어컨을 작동한 채 고갯길을 오르면 힘겨워했다.

1주일쯤 엄마차를 탔을까. "나 이제 아빠차 탈래"라고 발걸음을 옮겼다. 일본 미쓰비시 데보네어를 베이스로 개발한 2세대 그랜저가 아반떼보다 승차감이 좋은 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년 뒤 외삼촌이 엄마차를 물려받은 것을 끝으로 아반떼와 이별했다.

아반떼를 다시 타본 건 25년 만이었다.(물론 2~6세대 아반떼 조수석에 한두번 타본 기억은 있다.) 7세대 아반떼, 현대차가 붙인 공식 명칭은 ‘올 뉴 아반떼’다.

차량 색상(인텐스 블루)까지 더해진 올 뉴 아반떼의 첫 인상은 역동성이었다. 출퇴근용, 2~3인 가구의 패밀리카용이라기 보다는 달리기 좋아하는 스포츠 세단 같았다. 기존 6세대 모델보다 차 높이를 20㎜ 낮춘 효과일까. 스포츠카처럼 바닥에 차가 붙어있는 느낌이다. 작년 출시된 신형 쏘나타와 전면부 그릴이 비슷하다. 현대차의 로고가 후드(보닛) 위에 크게 붙어있는 게 다르다. 후면부에도 H 로고를 형상화한 ‘H-테일램프’를 배치하는 등 호불호를 떠나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편이다.

지난 8일 시승은 경기 고양의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파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84km 코스에서 이뤄졌다. 운전석에 앉자 항공기 조종석(콕핏)이 떠올랐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와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통합된 형태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수억원을 웃도는 고급 스포츠카가 떠올랐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내비게이션이 운전석쪽으로 10도 기울어져 있어 시인성도 좋은 편이다.

배기량 1600cc급 준중형차의 달리기 능력에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지만 올 뉴 아반떼 스마트스트림 1.6 가솔린 엔진은 도심 주행엔 큰 무리가 없다. 시속 80km까지는 다소 더디게 올라가지만 100~120km 구간에서는 힘이 부족하진않다. 4000~5000RPM에서도 기분 좋은 주행이 이어진다. 차량 이동이 뜸한 파주 일대에서 시속 150km를 내봤다. '웅'한 소음도 크지 않다. 123마력이라는 최고 출력 수치가 다소 낮게 보일진몰라도 일상 주행엔 문제가 없을 듯 하다.

내비게이션과 공조시스템을 만지작 대다 스티어링휠(핸들)을 놓쳤다. 차로 유지 보조(LFA) 장치가 깜빡이며 주의를 줬다. 차선 변경 때도 후측방 충돌장치 보조(RCCA) 장치 등이 운전자를 돕는다. 올 뉴 아반떼는 이들 안전 옵션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생애 첫 차' 고객에게 꼭 필요할만 기능들이다.

차를 세웠다. “열선 시트 켜줘” 등 공조를 음성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서버 기반 음성인식 차량 제어’을 체험할 시간이다. 밋밋한 '열선 시트' 대신 "엉따(엉덩이를 따뜻하게 한다는 말로 열선 시트) 켜줘"라고 말하자 내비게이션에서 "운전석 열선시트를 켭니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카카오와 함께 개발한 자연어 음성인식을 탑재한 덕분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뒷자리에 앉아봤다. 183cm로 작은 키가 아니지만 무릎 공간이 넉넉했다. 올 뉴 아반떼는 실내 공간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앞·뒷바퀴 간 거리)는 동급 최대인 2720㎜에 달한다. 단 차체 뒤(C필러)로 갈수록 낮아지는 높이 탓에 앉았을때 머리가 차 천장에 닿았다. '차고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질의에 현대차에선 "앉은키가 큰 것 같다"는 농담이 돌아왔다. 차가 낮은 게 아닌가보다.

제휴된 주유소와 주차장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 내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현대 카페이’는 신용카드를 사전에 등록해야 하는 탓에 체험해보진 못했다. 연비는 급가속과 급출발 등을 시험했음에도 L당 15km를 웃돌았다. 해당 차종의 복합연비인 L당 14.5km(고속도로 L당 16.6km, 도심 13.1km)보다 살짝 더 나왔다.

시승한 차는 올 뉴 아반떼 가운데서도 가장 최고급 모델인 ‘인스퍼레이션’(2392만원)이었다. 선루프(43만원)와 17인치 휠(29만원)을 더해 총 가격은 2464만원에 달한다. '아반떼가 2000만원이라니'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형차 쏘나타가 3000만원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차에서 내리면서 25년 전 추억의 엄마차가 떠올랐다. '엄마는 그대론데(물론 머리가 하얗게 세고, 주름은 많아졌다) 아반떼는 완전히 달라졌구나'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는 아반떼를 엄마, 아니 어머니께 선물하고 싶지만 당장 이달 카드값부터 걱정이다. "어머니, 다음 번 8세대 아반떼는 꼭 사드릴게요."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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