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명품 매출 74억→1억원

입력 2020-04-09 17:39   수정 2020-10-16 15:54


도도하던 명품업계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주요 판매처인 면세점의 지난 3월 매출이 연초 대비 90% 이상 고꾸라지면서 ‘철수설’까지 나도는 브랜드도 있다.

9일 한국경제신문이 롯데 신세계 신라 등 3대 주요 면세점에 입점한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의 매출을 긴급 조사한 바에 따르면, 까르띠에 티파니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등 유명 브랜드 매장의 지난달 매출 감소폭이 1월 대비 9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제로’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시계·주얼리업계 부동의 1위인 까르띠에의 롯데면세점 소공점 매출은 1월 74억원대에서 3월 1억4000만원대로 98% 줄었다. 티파니(-97%) 피아제(-92%) 불가리(-93%) 등 대부분 주얼리 브랜드가 90% 이상 떨어졌다. 시계 전문 브랜드의 타격도 컸다. 브라이틀링의 3월 매출(현대 무역센터점)은 1월보다 76% 줄었고 티쏘는 99% 급감했다. 위블로, IWC, 라도 등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3월에 매출을 아예 내지 못했다. 론진(-98%) 몽블랑(-99%) 등 인기 브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전체 명품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면세점에 여행객과 내국인 발길이 뚝 끊기면서 명품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내수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백화점에서도 명품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명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19.3%, 10.7% 감소했다.

문제는 언제쯤 소비심리가 회복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시계업계에 15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마케팅 담당자는 “하반기에 중저가 명품 브랜드 몇 곳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지금이 최대 위기”라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 명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최대 35%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승승장구하던 면세점·명품 브랜드 '코로나 직격탄'
일부 명품 철수說


불황을 모르고 승승장구하던 국내 명품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이렇게 어렵진 않았다” “한국 진출 후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는 매장이 한둘이 아니다. 한 달 매출이 ‘제로(0)’인 브랜드도 있다. 철수설이 나도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면세점 매출 초토화

명품 브랜드들은 전체 매출의 70~80%를 면세점에서 올리는 곳이 많다. 고가 브랜드일수록 ‘큰손’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점 매장을 백화점보다 더 많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2월부터 면세점 매출이 뚝 떨어졌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는 약 61만 명. 지난해 같은 달(588만 명)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에 하루 10만 명을 넘던 이용객 수는 이달 들어 5000명 밑으로 떨어졌다. 2001년 개항 이래 최저 수준이다.

손님이 끊기면서 면세점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위험을 감수하고 면세점 매출을 올려주던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까지 발길을 끊으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따이궁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영업하려면 각 국가에서 14일씩 총 28일간 격리돼야 한다. 사실상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이궁은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올려주는 큰손이다.

증권업계에선 롯데·신세계·신라 등 주요 면세점 매출이 지난 1분기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산했다. NH투자증권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1분기 손실액을 281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안타증권은 신세계면세점의 1분기 적자 규모를 261억원으로 제시했다.

고가 주얼리 매출 급감

면세점 입점 브랜드 중 고가 브랜드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 브랜드들은 큰손인 외국인을 겨냥해 면세점 매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백화점보다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타격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까르띠에의 롯데면세점 소공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주요 채널 3월 매출이 연초 대비 97~99% 급감한 것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티파니, 쇼파드, 불가리, 골든듀 등 다른 고가 주얼리 브랜드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티파니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3월 매출이 1월보다 97% 줄었고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도 매출이 99% 감소했다.

IWC·오메가는 3월 한 개도 못 팔아

시계 전문 브랜드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브라이틀링은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서 3월 매출이 1월보다 76% 줄었다. 같은 매장에서 티쏘는 무려 99%나 매출이 급감했다. 3월 매출 ‘제로’를 기록한 브랜드도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선 위블로, IWC, 브라이틀링, 오메가, 라도 등이 3월에 매출을 내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취소하면서 반품이 들어온 브랜드들은 시계를 한두 개 팔았어도 매출 0원을 기록하거나 적자를 냈다.

몽블랑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시계 매출도 99% 줄었고 예거르쿨트르가 -98%(현대 무역센터), 론진이 -98%(현대 무역센터), 태그호이어가 -97%(신세계 명동) 매출이 고꾸라졌다.

백화점 명품 매출도 감소

백화점도 형편이 좋은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의 1월 명품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8.1% 증가했다. 그러나 2월엔 6%로 줄었고, 3월엔 -19.3%로 돌아섰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한 시계 브랜드 관계자는 “벌써부터 매출이 저조한 몇몇 브랜드에서 한국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명품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해 세계 명품 시장 규모를 지난해 3500억달러(약 426조원)보다 1200억달러 줄어든 2300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 2월엔 작년보다 40억달러 감소한 3460억달러로 예상수치를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자 이를 수정한 것이다.

민지혜/안재광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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