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JTBC '히든싱어5' 에일리 편 우승자로 큰 활약을 펼쳤던 강고은이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모창 능력자로 방송에 출연해 평소 열렬히 좋아하던 에일리와 같은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던 그는 이제 누구도 아닌, 자신의 노래를 대중에 들려주고 있다. 가수 강고은으로 당찬 첫 발을 내딛고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강고은은 지난 2월 데뷔 싱글 '별무소용'을 발매하고, 현재 각종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히든싱어5' 이후 약 1년 반 만에 데뷔의 꿈을 이룬 강고은은 "정말 오랫동안 꿈꾸고 기다렸던 데뷔 무대였다. '별무소용'을 만 번도 넘게 불렀다"며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른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분들처럼 앞으로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히든싱어5'에서는 프로그램 콘셉트 상 얼굴이 보이지 않는 원통에 들어가 가창했다. 그러나 이제는 강고은이라는 이름을 달고 누군가의 모창이 아닌 자신의 노래를 부른다. 첫 데뷔 무대 당시의 기분이 어땠는지 묻자 강고은은 "정말 떨렸다. '히든싱어5'때는 손과 발이 덜덜 떨리는 긴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온 몸이 굳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어 "책임감이나 압박감의 무게가 달랐다. 과거에는 모창을 하는 것이라 '좋아하는 내 가수의 노래를 재밌게 잘 부르자'라는 생각이었다면 데뷔 무대는 내 노래를 처음으로 들려드리는 자리였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더 떨렸다"고 털어놨다.
강고은의 데뷔곡은 진한 이별 감성이 돋보이는 발라드곡 '별무소용'이다. '별로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사랑에 상처를 받고 또 받아도 상관없이 다시 사랑을 하겠다는 감정을 표현한 노래다. 에일리의 노래를 시원하게 소화하던 강고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파워풀한 곡을 예상했겠지만, 강고은은 오히려 그 생각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반전을 주고 싶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보컬적인 부분을 강조해 감성적인 노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자 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다. 노래를 듣고 '강고은이 이런 노래도 잘 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길 바랐다"고 고백했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강고은에게 '별무소용'은 마음에 쏙 드는 곡이었다. 그는 "맞춤 정장이나 다름 없는 노래다. 작사, 작곡을 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업 과정에 내가 참여할 수 있었다. 프로듀서부터 많은 스태프분들이 내 의견을 듣고 반영해주신 덕분에 정말 강고은에게 잘 맞는 노래가 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별무소용'은 신기하게 질리지가 않는 곡이다. 그래서 내가 더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노래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했다.
물론 데뷔가 쉽게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홀로 노래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히든싱어5' 출연 전에는 2~3년 정도 보컬 트레이너로 일했고, 여러 기획사 오디션에 지원하기도 했다. 강고은은 "안 되고 있는 게 아니라 되어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계속 음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기획사 오디션에 지원을 하던 시절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또 지금과는 간절함의 크기가 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래하는 자신을 든든하게 응원해준 가족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었다. 강고은은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에 가수를 적었다. 유치원을 다닐 시절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에서 '소양강 처녀'를 부르곤 했다. 창원시 소계동이 본가인데 그 동네에서는 내가 '만인의 손녀'다. 이웃분들이 항상 어머니한테 '고은이는 가수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도 반대가 전혀 없이 지지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활동하고 있는 내 모습을 정말 좋아하신다. 무대를 보면서 매번 우신다. 그러다가도 기쁜 마음에 늘 동네 사람들과 축제를 하시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다만 피드백은 날카롭게 주신다. 어머니가 음악을 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 생각해 최대한 지적해주는 부분은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고은은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가수였다. 그는 "'히든싱어5' 에일리 편 우승자는 내게 너무 영광스러운 타이틀이다. 에일리 언니가 발라드, 댄스, 퍼포먼스까지 다 되는 가수이지 않느냐.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감성적인 발라드뿐만 아니라 퍼포먼스가 있는 노래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강고은이 부르는 노래가 대중들에게 어떤 음악이 되길 바라는지 묻자 "일상에서 늘 함께하는 음악이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강고은은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휴식을 취하면서도, 만남을 가지면서도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길 바란다"면서 "난 집밥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인스턴트 음식을 맛있게 즐기다가도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결국 집밥을 찾게 되지 않느냐. 그렇게 결국에는 편안하게 찾게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믿고 듣는' 가수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하루 빨리 진정돼 버스킹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강고은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무관중으로 음악방송이 진행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관중이 있는 상태에서 무대를 해본 적이 없다"며 "꼭 버스킹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없어서 아쉽다. 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직접 거리에 나가 나의 목소리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 대학가, 공원 등 음악이 어울리는 곳에 가서 함께 노래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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