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인 줄 알았는데 염증성 장질환…방치땐 장폐쇄·치루 등 합병증"

입력 2020-04-21 15:26   수정 2020-04-21 15:28


배변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심하는 질환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이보다 증상이 심각해 피가 나거나 통증이 심하면 치질을 의심한다. 하지만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염증성 장질환 같은 만성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과음, 과식,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점액변, 혈변,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이 동반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만성질환인 염증성 장질환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병변이 생긴 위치, 범위, 특징 등에 따라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구분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생기고 염증이 얕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생기지만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많이 생긴다. 염증이 깊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4만4000명, 크론병 환자는 2만2000명이다. 이전에는 서구권에만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국내에도 환자가 늘고 있다.

이들 질환이 있는데도 병원을 늦게 찾으면 증상이 악화돼 장폐쇄, 천공, 대장암, 치루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국내 크론병 환자 중에는 남성 환자가 2~3배 정도 더 많다. 환자 90% 정도가 소장에 문제가 생긴다. 진단할 때 환자 절반 정도는 항문 치루 증상을 함께 호소한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장내 세균 균형이 깨지거나 유전적인 원인, 면역 반응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영상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가 기본이다. 크론병은 캡슐내시경이나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 자기공명영상검사(MRI) 등도 한다.

○합병증 심하면 수술 고려해야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악화됐다가 호전되는 주기가 반복된다. 아직 완치를 위한 치료제는 없다. 약물치료를 해 장에 생긴 염증이 없어지도록 돕고 이런 기간을 길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나 교수는 “과거에는 증상 호전에 초점을 맞춰 치료했지만 최근에는 장 점막의 염증을 완전히 없애 장 손상과 합병증을 예방하는 점막 치유를 목표로 치료한다”고 했다.

완치되는 약은 없지만 염증 조절을 위한 여러 약물이 개발됐다. 항생제,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적절히 조합해 치료한다.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줄이고 점막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누공 천공 농양 장폐쇄 등의 합병증이 생겨 응급상황이 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나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절대 안된다”며 “치료를 중단하면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자는 갑자기 복통이나 설사 증상이 생겨 화장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도 필요하다. 화장실을 급히 사용해야 하는 환자가 있으면 먼저 사용하도록 양보해야 한다. 술이나 특정한 음식을 먹으면 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회식 등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도 배려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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