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방울로 암 진단…'조기 맞춤형 치료' 시대 열린다

입력 2020-04-21 15:21   수정 2020-04-21 15:23


암의 조기 진단은 환자의 생존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한 환자보다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치료받는 환자의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문제는 암종에 따라 진단 방법이 다르고 조기 진단하기 힘든 암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은 위암은 내시경 검사로 이상 병변을 관찰하고 병변 조직을 검사해 최종 진단을 내린다. 비교적 진단하기 쉽기 때문에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높다. 반면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암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진단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췌장암 환자의 예후를 크게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을 간편하고 정확하게 진단할 방법은 없을까.

○소변, 혈액 등 체액 분석해 암 진단

영화 ‘아일랜드’에서 주인공은 아침마다 소변을 검사해 질병 유무를 확인한다. 변기에 남아 있는 소변으로 질병을 진단하면 결과가 담당 의사에게 전송된다. 이상이 있으면 소량의 혈액을 뽑아 더 정확하게 진단받는다. 이 기술은 아주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처럼 환자의 혈액과 소변 외에도 침, 땀, 모유 등 체액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귀중한 시료다. 체액에는 암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핵산, 단백질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체액을 분석해 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액체생검이라고 한다. 현재 대표적인 혈액 기반의 암 진단법으로 전립선 특이 항원(PSA) 단백질 수치를 측정해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검사가 있다. 이 같은 단백질 검사는 전립선암의 진단과 치료에 유용하지만 단순한 염증 반응에도 수치가 높아져 잘못 진단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더욱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순환종양세포와 순환종양 DNA, 세포외소포체(엑소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순환종양세포는 원발암, 전이암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을 떠돌아다니는 암세포다. 암 환자에서 발견되는 평균 순환종양세포 수는 1mL 혈액에 10개 미만으로 매우 적다. 이 세포를 분석해 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났는지, 어떤 항암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환자 특징에 맞는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암세포는 증식과 사멸을 반복하면서 종양의 크기를 키워나간다. 암세포가 사멸할 때 세포 내 물질들이 혈류로 방출되는데 여기에 순환종양 DNA가 포함된다. 순환종양 DNA는 암세포의 유전적 변화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암의 진행 상황과 항암제 저항성 등을 보여준다. 체액에서 검출되는 세포외소포체에는 DNA, 전령 리보핵산(mRNA),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 등 유전물질을 안정적으로 다른 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암 환자의 체액에 있는 세포외소포체에서 암 진단에 사용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항암치료 패러다임 바꿀 수 있어

액체생검은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특히 유방암, 폐암, 위암, 대장암 등 표적항암제가 자주 적용되는 암종의 경우 표적항암제를 투여할 것인지,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신속히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 표적항암제 투여가 가능한지 판단하기 위해 순환종양세포, 순환종양 DNA를 혈액에서 수집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그 기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는 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을 때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 만약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표적항암제는 거의 효과가 없다.

표적항암제가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효과를 내지만 암이 증식하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표적항암제의 효과가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액체생검을 통해 신속히 유전자 돌연변이를 분석하면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게 돼 무분별한 항암제 사용을 막을 수 있다.

○바이오마커 발굴 등은 과제

액체생검 기반의 암 진단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각 암종을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일이다. 체액에 있는 순환종양세포, 순환종양 DNA, 세포외소포체 등이 매우 소량이므로 이를 분리, 정제, 분석할 수 있는 기술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실제로 사용되려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검증해야 한다. 액체생검을 대중화하려면 바이오마커 검출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당뇨 검사처럼 피 한 방울로 쉽고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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