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갑상샘암은 모두 착한 암?…환자 1%는 췌장암보다 치명적

입력 2020-04-24 14:11   수정 2020-04-25 02:03

갑상샘암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암이다. 2011년 국내에서 “갑상샘암 검사를 많이 해 환자가 많다”는 주장이 나온 뒤 과잉진단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작고 순한 갑상샘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는데 초음파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불필요한 촬영이 늘어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논쟁 끝에 이런 주장은 의료계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30년 사이 부자 나라에서 갑상샘암 환자가 늘어난 것은 과잉진단 때문이고 한국이 대표 사례라고 분석했다.

논란이 있은 뒤 국립암센터는 국가암통계를 낼 때마다 갑상샘암을 포함한 암 통계와 이를 뺀 암 통계를 함께 발표한다. 갑상샘암으로 치료받는 환자는 급격히 줄었다. 작고 순한 갑상샘암 환자가 사라지자 국내 암 환자는 큰 폭으로 줄었다. 암 사망률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그늘은 있다. “모든 갑상샘암은 위험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병을 키우는 환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치사율이 높은 갑상샘암도 있기 때문에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꼭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

갑상샘은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샘 호르몬을 만들고 저장하는 기관이다. 이곳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이 갑상샘암이다. 갑상샘암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암 중 하나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신규 암 환자가 가장 많은 것은 위암이다. 대장암, 폐암에 이어 갑상샘암은 4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발생 빈도가 좀 더 높다. 여성 암환자에게 가장 많은 암은 유방암이었고 갑상샘암이 뒤를 이었다.

10년간 이어진 갑상샘암을 둘러싼 논쟁 때문에 ‘갑상샘암은 대수롭지 않은 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암이 빠르게 진행하지 않는 데다 치료 효과도 좋기 때문에 갑상샘암 환자의 생존율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생존율을 웃돈다. 암이 치명적이지 않은 데다 암에 걸려 병원을 찾으면서 수시로 건강관리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갑상샘암도 암이다. 착한 암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일부 갑상샘암은 치사율이 높다. 5년 상대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췌장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갑상샘암도 있다. 박정수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장은 “대다수 갑상샘암은 진행이 늦고 치료 예후가 좋아 소위 ‘착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암과 같다”며 “갑상샘암에 대한 인식을 ‘착한 암’에서 ‘느린 암’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갑상샘암 중 미분화암 같은 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6개월 안에 사망할 위험이 있을 정도”라며 “갑상샘암이라고 안심하지 말고 정기 검진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전체 갑상샘암의 1%인 미분화암

갑상샘암 진단을 받는다고 해도 모두 같은 암종의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갑상샘암이 생긴 부위나 암 세포의 분화 정도에 따라 암 종류가 달라진다. 비침습여포변종유두암과 같은 암은 치료 효과가 좋고 환자 생존율도 높아 암이 아니라 양성종양으로 분류하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미분화암은 치사율이 높은 암에 속한다.


국내 갑상샘암 환자가 많이 걸리는 것은 유두암과 여포암이다. 이들 암은 갑상샘 안에 있는 주머니처럼 생긴 여포세포에 생기는 분화암이다. 국내 갑상샘암 환자의 90~95%는 유두암에 걸릴 정도로, 유두암이 흔하다. 암의 진행 속도가 느리고 치료 결과도 좋다.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은 여포암은 국내 갑상샘암의 2~3%를 차지한다. 여포암의 90%는 다른 장기에 전이되지 않는 최소침범형 암이다. 한쪽 갑상샘을 잘라내는 반절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미분화암(역형성암)은 치료가 어렵다. 유두암과 여포암 같은 갑상샘 분화암을 오래 방치하면 이 암이 생길 수 있다. 전체 갑상샘암의 1%에 불과하지만 다른 갑상샘암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 진단된 환자는 대부분 4기 환자다. 미분화암은 평균 생존기간이 수개월 정도로 짧고 사망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암이 갑상샘에만 있으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전체 여포암의 10%를 차지하는 광역침범형 여포암,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수질암 등도 치료 효과가 좋지 않은 암에 속한다.

더욱이 치료가 잘되는 갑상샘암이라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도가 높아진다. 미국공동암위원회(AJCC)에 따르면 55세 이상 유두암과 여포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1기 99%, 2기 95%에 이른다. 하지만 3기가 되면 84%, 4기는 40%로 생존율이 뚝 떨어진다.

정기 검진 중요

국내 환자들이 걸리는 갑상샘암의 대부분은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진행 속도가 느린 유두암은 크기가 1㎝ 미만이라면 추적 관찰한다. 정기적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크기가 커지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살펴보다가 악화되면 수술한다. 다만 1㎝ 미만이라도 기도, 성대신경, 갑상샘 피막 등으로 침범했다면 수술해야 한다. 림프절 전이나 원격 전이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갑상샘암을 수술할 때는 전신마취를 한 뒤 목 앞쪽을 4~8㎝ 정도 절개해 암 덩어리가 생긴 부분을 제거한다. 수술할 때 암세포를 직접 보면서 떼어낼 수 있지만 목에 흉터가 남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목 옆쪽을 3~3.5㎝ 절개한 뒤 암 덩어리가 생긴 조직을 떼어내는 최소 침습 수술을 많이 한다.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수술 후 정기검진은 꼭 받아야 한다. 수술로 암 덩어리를 떼어내더라도 30년 장기 재발률이 30%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암과 달리 재발하더라도 사망률이 낮다. 유두암이나 여포암 같은 암은 재발암 환자 사망률이 8%에 불과하다.

박 센터장은 “갑상샘암의 95%는 증상이 없고 5% 정도는 목 부위에 뭔가가 만져진다는 증상을 호소한다”며 “결절이 크거나 최근에 갑자기 커졌을 때, 결절이 커서 호흡이 불편하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 때는 갑상샘암이 많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갑상샘에 덩어리가 있으면서 목소리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박정수 일산차병원 갑상선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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