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1조짜리 뉴발란스 잡았다…한·중 5년 계약 연장

입력 2020-04-28 16:30   수정 2020-04-28 16:35


이랜드가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뉴발란스’ ‘뉴발란스키즈’ 국내 단독 사업권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2025년까지 국내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 대한 판매 계약도 맺었다.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조원 이상의 연매출을 확보한 셈이다.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트렌디하고 한국인 체형에 잘 맞는 의류를 판매하는 등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 재계약의 비결로 꼽힌다. 이랜드는 중국에서 스포츠와 아동복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지화가 성공 비결

이랜드그룹은 뉴발란스 본사와 2025년까지 국내 및 중국서 뉴발란스, 뉴발란스키즈 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자세한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회사측 관계자는 “경쟁사가 없었을 정도로 본사와 이랜드간 신뢰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뉴발란스의 국내 및 중국 판매권, 뉴발란스키즈의 국내 판매권만 갖고 있던 이랜드는 이번 계약에서 뉴발란스키즈의 중국 판매권까지 획득했다.

이랜드가 국내서 뉴발란스·뉴발란스키즈 사업을 시작한 건 2008년이다. 당시 뉴발란스는 마라톤을 즐기는 마니아들만 아는 슈즈 브랜드였다. 연매출 규모는 200억원 수준이었다. 이랜드는 국내 판매를 시작한 뒤 유통망을 정비하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별해 팔았다. 2009년부터는 의류도 직접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국내 트렌드는 물론 한국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직접 제조·판매에 나선 것이다.

이 전략은 통했다. 뉴발란스와 뉴발란스키즈 매출은 2010년 16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듬해인 2011년엔 3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4500억원을 기록했다. 신발만 수입·판매해선 거둘 수 없는 성과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 뉴발란스 매출의 50%는 이랜드가 직접 제조한 의류에서 나온다”며 “전 세계 뉴발란스 판매국 중에서 의류 매출 비중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높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2018~2019년에 히트를 친 다운재킷이다. 이랜드가 제작한 뉴발란스의 ‘프리즘다운’과 ‘스노우사파리 구스다운’ 등은 일본에 4000장 이상 수출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아동복도 급성장

뉴발란스키즈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랜드는 초기 뉴발란스 매장 한켠에서 아동복을 소량 판매했다. 뉴발란스 아동복의 인기가 높아지자 2013년부터 뉴발란스키즈 단독 매장을 NC백화점 송파점에 열었다. 뉴발란스키즈 매출은 2017년 980억원대, 지난해엔 1250억원대로 급증했다. 한 아이만 낳지만 좋은 옷을 입히려는 부모가 늘고,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옷을 패밀리룩으로 입는 트렌드가 자리잡은 것이 뉴발란스키즈가 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단독매장 108곳을 포함해 총 13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랜드는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뉴발란스의 중국 매출은 2015년 50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7년 중국의 한한령 조치 타격으로 지난해 45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랜드는 한한령 조치 이후 효율이 떨어지는 작은 매장들을 정리했다. 올해부터는 매출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 베이징 천진 등 주요 대도시 10곳을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1020세대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 나이키, 아디다스, 휠라, 뉴발란스, 데상트 등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다. 국내선 나이키, 아디다스, 휠라가 ‘빅3’로 꼽힌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뉴발란스가 스포츠 브랜드 3위 안에 들기 위해선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 시장에서도 뉴발란스와 뉴발란스키즈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진출의 무덤’ 거울 삼아야


뉴발란스가 이번에 계약 연장에 성공한 또 다른 이유로 ‘직진출 실패 사례’도 있다. ‘푸마’ ‘폴로’ ‘망고’ ‘나인웨스트’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 직진출했다가 실패했다. 패션업계에선 ‘직진출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푸마는 이랜드가 연매출 2000억원대로 키웠던 스포츠 브랜드다. 1990년대부터 이랜드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판매했는데 당시 100억원대였던 푸마를 2007년엔 2000억원대로 키워냈다. 푸마 본사는 푸마코리아를 설립하고 2008년부터 직접 사업을 했지만 그 직후 매출이 반토막이 나는 등 쓴맛을 봤다. 한국인들의 취향과 유통망의 특징 등 현지 상황을 잘 몰랐다는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 판매하던 망고는 2012년 직진출 한 뒤 매장을 대부분 철수하는 등 사업부진을 겪었다. 두산이 판매하던 폴로 랄프로렌은 2011년 직진출했지만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코치 아베크롬비 나인웨스트 등도 직진출했다 실패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 판매할 때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 체형에 맞는 사이즈 등 현지화 작업이 꼭 필요하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브랜드에서 라이선스 제조, 판매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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