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 방아쇠 당겼다"

입력 2020-05-03 17:45   수정 2020-10-14 15: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방아쇠’를 당겼어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질 것입니다.”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장 시절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47)은 코로나19의 함의를 ‘속도’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업무와 일상이 ‘언택트(비대면)’로 이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우리 예상보다 빨리 왔다는 설명이다.

변화의 양상과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김 의장은 “요즘 유행하는 언택트는 이전에도 있던 기술”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런 기술들을 더 친숙하게 느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은 디지털의 심화”라며 “인공지능(AI)의 보급이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하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해 미뤄두고 있던 문제들을 풀 기회가 왔다”고도 했다. 장 의장은 “규제에 막혀 10년째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원격의료와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위기 상황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꼽은 첫 과제는 ‘노동 다양화’다. 관련 법을 바꿔 각기 상황이 다른 근로자들을 다른 잣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장 의장의 주장이다.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화이트칼라 엘리트에게 주 52시간제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신산업이 탄생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전통 제조업을 전제로 한 규제의 프레임을 씌우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 시스템을 수술할 때가 됐다는 얘기도 꺼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소수 엘리트의 중요성이 한층 더 커진다는 논리였다. 장 의장은 “10년 전 ‘반값 등록금’이란 정치적 구호가 자리잡으면서 교육의 질이 뚝 떨어졌다”며 “대학 수를 줄이더라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영상회의 플랫폼인 ‘줌’을 통해 이뤄졌다. 장 의장은 “코로나19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면 언택트가 제격”이라며 비대면 인터뷰를 요청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변화에 대한 거부감 줄어든 지금, 국가적 난제 해결할 기회"
정부 규제개선 의지 증명하려면 '타다' 등 상징적 사건부터 해결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요? 우리가 스스로를 너무 얕잡아보는 게 아닐까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은 코로나19 이후 국가 브랜드가 한층 개선됐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떠올리는 첫 이미지는 ‘한강의 기적’. 두 번째가 ‘한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범 방역국’ ‘안전한 나라’ 등의 이미지가 더해졌다”며 “국가 브랜드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면 됐지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서서히 걷히고 있는 시점에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화두를 묻자 “쿠팡의 성공 스토리 속에 답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 의장은 4년 전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쿠팡이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이마트를 꺾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당시만 해도 쿠팡은 중견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였다. 그의 예언은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빨리 현실이 됐다. 장 의장은 “기업 세계에서 2등이 1등을 꺾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이마트가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얘기였다.

“상품기획은 이마트가 지금도 몇 수 위일 것입니다. 결국 엔지니어링에서 차이가 벌어진 것이죠. 훌륭한 기술 인력이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그 사람을 조직으로 데려와 중책을 맡기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잘 안 된 겁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엔지니어링 조직을 홀대하는 기업은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의장은 “기업의 엔지니어링 역량은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위상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특정 기업을 거론할 때 누가 CTO인지 잘 안 떠오르면 그 회사의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혁신을 막고 있는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 기업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도 했다. 장 의장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상징적인 사건들을 깔끔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라면 소비자들이 선호했던 서비스 ‘타다’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타다 활성화법’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제2, 제3의 타다가 쏟아질 것이란 내용의 배너광고를 올리기도 했다.

“국토부 주장대로라면 타다 이슈는 시행령을 손질하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해요. 국회의원 생활을 오래 한 국토부 김현미 장관도 있고, 모빌리티산업을 담당하는 국토부에서 차관을 맡다가 국회의원이 된 분도 있습니다. 국토부와 장관의 의지만 있다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꾸려질 국회엔 ‘건강한 사람도 굶으면 죽는다’는 문장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했다. ‘모범적인 방역’은 절반의 성공이며 성패는 결국 ‘경제’에서 갈린다는 의미다. 장 의장은 “지금은 평상시와는 다른 때”라며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이념을 떠나 경제 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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