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국가주의 그리고 친환경차

입력 2020-05-06 08:25   수정 2020-05-07 10:08


 -친환경 전략의 빠른 진행이 효과적
 -제조사, 정부 동시 노력 병행돼야

 유럽연합이 무려 13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풀기로 한 배경은 기업의 근로자 임금 보전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뿐 아니라 자동차회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동이 통제되면서 완성차 공장 가동율이 크게 떨어진 탓에 일자리 위기가 순식간에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달 16일 긴급하게 글로벌 자동차 공장 가동율을 조사한 결과 71%의 공장이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2주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생산을 재개하지 못한 곳도 상당수 있어 자동차 일자리 감소가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이다. 

 조사 대상인 기업은 GM, 다임러, FCA, 르노, 포드, BMW, PSA, 혼다, 폭스바겐, 닛산, 테슬라, 토요타, 현대기아 등이다. 이들이 세계 곳곳에 설립한 공장은 300곳이며 이 가운데 213곳이 생산을 중단했거나 아직 가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13개의 자동차그룹이 공장을 운영하는 국가와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코로나19 이전 기준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2018년 13개국에서 생산된 글로벌 완성차는 모두 8,317만대에 달한다. 같은 시기 글로벌 전체 완성차 생산이 9,670만대였던 만큼 거의 대부분 생산이 13개국에 집중된 셈이다. 물론 올해 글로벌 생산은 8,730만대로 예측됐고 코로나19에 따라 IHS는 7,330만대까지 예상치를 낮췄다. 그러니 13개국의 완성차 생산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개별 나라가 연간 생산하는 완성차는 얼마나 될까? 2018년 기준 중국이 2,780만대로 가장 많고 뒤이어 미국(1,129만대), 일본(972만대), 독일(554만대), 인도(517만대), 멕시코(409만대), 한국(402만대), 브라질(287만대), 스페인(281만대), 프랑스(232만대), 태국(216만대), 캐나다(202만대), 러시아(176만대), 영국(160만대) 순이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곳은 독일(77.8%), 한국(60.8%), 멕시코(84.2%), 영국(80.4%), 스페인(83.9%) 등이다. 수출 대수로 보면 일본이 481만대로 가장 많지만 비중은 50% 미만에 머문다. 반면 중국은 무려 2,780만대를 생산해도 수출은 3.7%일 뿐이다. 미국 또한 완성차 수출 비중은 25.5%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경이 봉쇄되는 등의 락다운이 이어지면 수출 비중이 많은 나라일수록 코로나19 영향을 밀접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부와 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달 완성차 수출액이 23억9,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3% 감소했으며 이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은 어떻게든 수출 감소폭을 줄이는 것이 곧 경쟁력이다. 모든 자동차회사가 판매 감소를 겪는 만큼 충격 최소화가 곧 생존의 요건이라는 의미다. 

 이런 시각에서 한국기업은 그나마 다행이다. 1분기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 판매 감소는 5.4%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포드는 11.7%, 토요타는 8.8%, 혼다는 19.2% 감소했다. 감소폭이 한국차보다 적은 곳은 다임러(4.6%), 마즈다(4.5%) 정도일 뿐이다. 지난 4월 판매에서도 현대기아차의 감소폭이 30%를 넘었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미국 전체 완성차 판매가 63만대에 머물 만큼 저조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코로나19 이전 미국 내 자동차판매는 올해 1월 114만대, 2월 142만대, 3월 90만대였던 점을 감안할 때 4월의 63만대는 그야말로 폭락이고, 현대기아로 대표되는 한국차는 상대적인 하락 폭이 적었다. 물론 위기에 따른 충격은 모든 자동차회사에 미치기 마련이지만 버티고 살아남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으로 볼 때 긍정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자동차판매가 위축되며 나타나는 '과거로의 회귀' 현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차에 대한 의지 약화다. 실제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은 석유 가격이 떨어지고,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이 줄고,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전기차 개발을 중단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자동차 이산화탄소(CO2) 배출 허용량을 ㎞당 95g으로 낮췄지만 코로나19로 규제는 하되 이를 위반해도 패널티를 부과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미국은 앞서 2025년까지 ℓ당 23.2㎞의 효율을 맞춰야 하는 기준을 17.2㎞로 완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가주의도 고개를 들고 있어 걱정이다. 유럽연합이 돈을 투입해 유럽 지역 제조사를 살리면 유럽 브랜드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발생하고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 미국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 정부 지원으로 GM을 되살렸고 이때 미국 내에선 GM차를 구매하자는 시민운동까지 벌어진 사례가 있다. 결국 이런 국가주의는 완성차 수출이 많은 한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민 끝에 한국은 친환경차를 택했다. 어차피 잠시 주춤해도 방향이 친환경이라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친환경차의 배출가스 정밀검사를 제외하고, 전용보험을 만들어 보험료를 적게 내도록 하며, 수소는 정부가 앞장서 '생산-저장-유통'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공공부문의 친환경차 의무구매도 확대하는 등 친환경차로 탈바꿈하는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부의 전략에 힘이 실리려면 무엇보다 완성차기업 또한 친환경차 수출 확대로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내연기관 중심으로 다시 되돌아가려 할 때 더 많은 친환경차 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자동차산업의 대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면 친환경 기술 개발 촉진으로 미래를 대비함과 동시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돌파구로 삼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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