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실 불거질 때마다 규제 강화하면 금융상품 남아나겠나

입력 2020-05-11 18:08   수정 2020-05-12 00:36

금융당국이 고위험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 기본예탁금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본예탁금은 금융상품 거래를 위해 유지해야 하는 최소한의 계좌 금액으로, 일종의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 최근 원유ETN 등의 투자 과열로 투자자 손실이 속출하고 금융시장 왜곡 현상까지 발생하자 진입 규제 강화안을 들고나온 것이다.

주가연계증권(ELS) 규제도 검토 중이다. 지난 3월 주가 급락으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이 속출하자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발행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이다.

‘대규모 투자 손실 발생→규제 강화’라는 대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파생결합증권(DLS)이 문제가 되자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금지 등의 규제를 내놓았다. 지난달에는 ‘라임 사태’ 재발을 막는다며 자산총액 500억원 초과 사모펀드의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등의 규제를 추가했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일만 터지면 규제로 대응하는 식은 곤란하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다쳤으면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지 무조건 외출금지를 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규제 강화만큼 쉬운 대안도 없다. 생색도 나고 성난 투자자들을 어느 정도 달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규제를 늘려가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투자상품은 점점 고갈되고 원금보장 예금만 남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금융당국은 한때 세계 1위던 주가지수 선물·옵션시장이 10위권 언저리로 추락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이치 옵션 쇼크’ 사건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기본예탁금 상향, 사전 교육, 모의 거래 등으로 진입 장벽을 켜켜이 쌓아올린 결과였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고위험 상품이 문제라면 불완전판매 여부, 가입자들의 자기책임, 감독당국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기승전 규제 강화’는 무책임한 관료주의의 전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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