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33년차 펀드매니저의 선택...장동헌 행정공제회 CIO "지금은 투자 기회"

입력 2020-05-13 09:35   수정 2020-06-03 11:00

≪이 기사는 05월12일(14: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정공제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심각해지고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올 3월 해외 리츠(부동산 투자회사)와 부동산 저당증권 등에 2억4000만달러(약 2926억원)를 투자했다. 1998년 '장동헌 펀드'를 선보였던 1세대 펀드매니저인 장동헌 부이사장(CIO)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행정공제회가 이처럼 '블랙스완'격의 사태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험에 대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가 이상 상승을 거듭하고 채권값과 주요 원자재 가격도 동반 강세를 보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기 힘들다고 봤던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말 24%에 달했던 주식 비중을 14%까지 끌어내리고, 대체자산에 선별 투자하면서 현금을 늘리고 유동성에 신경썼다.

장 부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기회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 국 중앙은행이 무턱대고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정확하게 '외과 수술식' 위기 대응 정책을 쏟아낸 덕분에 경제적 쇼크를 빠르게 벗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은 최근의 폭락으로 오히려 거품이 빠졌다고 판단했다.

장 부이사장은 1988년 한국투자신탁에서 자산운용업계에 입문한 33년차 베테랑이다. 1999년엔 '장동헌 펀드'를 선보이며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금융감독원과 우리자산운용 등을 거쳐 2015년 11월부터 일곱 번째 직장인 행정공제회의 CIO를 맡아 첫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연임했다.

화려한 펀드 매니저 이력에 어울리게 행정공제회에서도 괄목할만한 실적개선을 이끌었다. 장 부이사장이 취임한 2015년말 행정공제회 지급준비율(회원들에게 돌려줄 금액 대비 자산총액)은 86.9% 불과했으나 작년말엔 101.4%로 높아졌다. 1992년 이후 27년만에 100%를 넘었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 규모는 8조2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Q. 코로나19 사태 이후 행정공제회의 위기관리 전략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2월말 시장이 급변하자 유가증권 팀장들과 매일 미팅을 하고 상황에 대응 했다.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이후엔 부동산·인프라, 사모대출, 헤지펀드 등 모든 자산군의 운용팀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자산별 국내·외 위탁운용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주문해야할 사항을 점검했다.

현금을 작년말 기준 총 자산의 10%정도로 늘렸던 게 위기에 큰 도움이 됐다. 통상적으로는 최대 5~6% 정도로 현금 비율을 유지했으나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해 비중을 늘렸다. 행정공제회가 많은 비중을 둔 대체투자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다. 관리를 잘해야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여유있게 유동성을 가져가는게 좋다고 판단하고 좋은 건이 나타나면 투자하고, 규격에 맞지 않으면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을 취했다.

Q.지난해 시장이 불안하다고 판단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코로나19 사태를 예상하진 못했지만 2~3년 전부터 글로벌 경기 순환주기가 호황기를 넘어 막바지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불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주식·채권시장 등 대표적인 자산시장을 보면 자산가치 고평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미국 주식시장은 보기 드문 상승장이었다. S&P500지수 기준으로 1년에 30~40%가 올랐다. 채권 원자재 등 무수히 많은 다른 자산군들도 상승했다. 모든 자산 가격이 일제히 오른 해는 역사상 처음이다.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여겨졌고, 과연 정상적이냐는 생각을 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지수가 35%가 올랐지만 주가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전년 동기대비 수익은 거의 성장이 없었다. 이익 증가 없는 주가 상승은 계속되기 어렵다. 연초에도 한 두달도 안돼서 주가가 5~6% 더 올랐다. 내부적으로 '이건 좀 아니다'라는 걱정을 하면서 이익 실현할만한 것들을 현금화했다. 연초 채권 금리가 떨어지자 과거에 투자했던 자산의 재금융조달을 했고 일부 현금이 추가되기도 했다.

현금을 10%까지 보유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과거엔 자산운용본부가 현금을 쌓아 놓고 있으면 일을 제대로 안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때에 따라 현금을 일정부분 보유하는 것도 자산운용의 중요한 전략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싼 값에 자산을 쓸어담을 기회가 났고 국민연금 같은 곳은 큰 이익을 봤다. 하지만 행정공제회는 당시 현금이 거의 없었다.

Q.대체투자에선 어떻게 위기에 대비했습니까.
3~4년전부터 대체자산에 투자할 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다시 닥쳤을 때 이 투자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꼭 짚어봤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폭을 계산해서 투자자산의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른 위험도를 계산해봤다. 부동산 가운데서도 주택 같은 경기에 둔감한 자산이나 핵심지 오피스빌딩 같이 회복이 가장 빨랐던 분야에 투자했다. 행정공제회는 지난해 해외 일반 주거용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 경제위기가 주거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사람은 살아야한다. 주거용 부동산이라도 뉴욕의 고급 콘도나 초고가 아파트는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투자를 피했다.

Q. 행정공제회의 위기 대응에 평가를 한다면 어느 정도인가.
지나고 나니 후회하는 부분도 있어 B학점 정도로 평가한다. 이번 코로나19 유행 초반엔 여파가 이정도 까지 커질줄은 몰랐다. 사람을 통해 급속도로 전염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는 종래 가벼운 전염병 유행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방심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블랙스완 얘기는 항상 하지만 언제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로 나타난다. 많은 경우 작은 단초가 큰 일과 연결될까 방심하는데 묘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Q.코로나 사태의 영향은 얼마나 갈 것으로 예상합니까.
병리학자나 의학자가 아니라 정확한 답변은 할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의 재유행이 계속된다해도 인류가 결코 질병에 굴복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하진 않는다.

Q.각국 정부의 대응 움직임 가운데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습니까.
미국은 하루가 멀다하고 상하원에서 지원 대책을 의결하고 재무부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의 경험을 활용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08년과 비교해보면 실업대책 중소상공인대책 등 디테일한 부분들이 마치 정밀타격을 하듯 정확하게 했다. 외과 수술식 대책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중앙은행이 무작정 돈을 푼게 아니고 이슈에 타겟팅을 해서 부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적완화(QE)가 아니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중앙은행이 효율적으로 들어와서 내 투자기회를 뺏앗겼다”는 맥락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Q.지금의 상황을 좋은 투자기회로 볼 수 있을까요.
워런 버핏도 투자 미팅을 하면서 항공산업 투자와 관련해서 입장을 번복했다. 그런 분들도 어려움을 겪는데 시장이 어떻게 되겠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기회는 보인다.
과거엔 자산이 고평가됐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상당부분 해소가 됐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하면 언젠가 새로운 금융위기로 달려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런 상황 벌어지니 자산가치 고평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자산들이 많아졌다.

Q. 증시는 일단 공포상황 벗어났으나 실물 경기 측면에선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운용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하는지요.
지금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이 따로 노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1988년부터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괴리가 큰 상황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각자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뉴욕타임즈의 얼마전 기고한 글에 '시장은 경제가 아니다'(Market is not the economy)란 말이 나온다. 경제와 주식시장은 다른 영역이다. 증권가에선 '경제학자가 주식시장 향방을 맞추는 것 봤냐?'는 농담도 있다. 현재 금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낮고 주식시장에 대한 좋은 기억들은 여전하다. 아마존과 같이 기업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이익을 내고 있다. 미국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서 채권 투자는 것은 좋은 투자가 아니라고 투자자들은 판단한 것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주식시장이 당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만 반영하는게 아니라 이듬해 성장률도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올해 당장 실업자수와 기업이익을 보며 올해에 집중한다. 최근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주가 흐름의 36%정도만 올해 상황을 반영하고 있고 이보다 더 많은 60% 가량은 내년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나머지 부분은 내년 이후의 전망이다. 내년 상황에 대한 가중치가 높다. 올해는 그런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한 해다.

Q. 대체투자 시장의 전망과 앞으로의 투자전략은 무엇입니까.
일반론을 말하자면 대체투자 자산은 타이밍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전통자산은 수시로 매각을 할 수 있지만 대체자산은 거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블라인드펀드는 약정을 하면 3~5년에 걸쳐 투자가 된다. 투자자(LP)가 마켓 타이밍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에 투자한 것 중에 이번 사태로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으나 나쁜 상황 속에서도 일관된 원칙에 따라 꾸준히 투자하면 향후 투자 이익으로 예상손실을 상쇄시킬 수 있다. 꾸준하게 일관된 투자를 하는게 중요하다.

자산별로 다만 고려해아햘 점은 있다. 인프라의 경우 도로 항만 공항 등 사용자가 이용료를 내는 '사용자 기반 자산'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았다. 인프라 중에서도 유지만 해주면 수익이 나오는 '가용성 기반 자산'에 투자하는 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유리하다.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센터가 좋은 예다. 이런 투자는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 많고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하는 운용사를 찾고 있다.

부동산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 그러나 종전엔 사무실 한 층에 100명의 직원이 들어가는 설계를 했다면 이후에는 건강상의 이슈를 고려해 50명만 한 층에 들이겠다는 회사가 나올 수도 있다. 인원은 같은데 공간을 두 개 층으로 늘려서 부동산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외식업이나 극장도 소비자 가격은 비싸지겠지만 수용인원을 줄이면서 사용 면적을 늘리는 곳이 나올 수 있다. 네덜란드에선 고객들의 공간을 온실 같이 격리해서 만들어놓은 곳도 나왔다. 부동산 관련 자산 가운데 물류. 주거 등은 계속 관심있게 봐야할 부분이다. 투자 방법으로는 채권성 투자와. 디스트레스드 투자(부실자산인수), 세컨더리투자(구주인수) 등을 고려하고 있다.

Q.해외 인적 교류가 막히면서 해외 실물투자는 정지됐는데 타격은 없을지요.
비공개 교섭 거래는 현지 실사가 불가능해 정상적으로 진행이 안된다. 싱글 프로젝트 투자가 어렵다 보니 블라인드펀드 출자 위주로 하고 있다. 해외투자가 막히면 타격을 받는다. 해외대체투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생존 차원의 아이디어로 '상장과 비상장의 컨버전 투자전략'을 생각해냈다.

Q.최근 행정공제회는 어떤 자산에 투자했습니까.
2008년 이후 10여년간 상승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웠던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개발해보면서 지금아니면 투자하지 못하는 자산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이른바 '상장 자산과 비상장 자산의 컨버전스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같은 자산이라도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부동산은 대체투자 상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채권과 주식시장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 상업용모기지저당증권(CMBS), 주택모기지저당증권(RMBS) 등은 채권이지만 기초자산은 상업 주거용 부동산이다. 상장 리츠는 주식형태지만 기초자산은 부동산과 인프라 자산이다.

이런 자산을 아우를 수 있는 운용사를 선택해 투자한다면 차익을 노릴 수 있다. 리츠의 경우엔 주식 시장과 상관관계가 높은 탓에 무차별적으로 일반기업 주식과 같이 주가가 내려간 부분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호텔과 같이 기초 자산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산도 많다. 이를 선별할 수 있다면 좋은 투자기회다.

Q.외식업 항공업 등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업종에 대한 투자 전망은?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항공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 초대형 크루즈여행사도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지 지속가능한 것과 아닌 것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세상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사람들이 영원히 혼자서 살진 못한다. 사람도 만나야하고 외식도 해야한다. 사람들이 앞으로 여행도 안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의문.

Q.향후 유망 산업군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져도 일부 산업은 계속 성장한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헬스케어, 정보기술(IT) 관련 사이버시큐리티 등도 유망하다. 줌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한 화상 비즈니스 회의가 급격하게 일반화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등 산업용 부동산과 통신 인프라 리츠 등은 연초 이후 리츠 지수가 상승했다.

Q.코로나 사태로 국가별 희비가 갈릴 것 같다. 변화가 있을까?
글로벌 서플라이체인의 변화는 예상된다. 미국이 지금까진 중국을 제조업 전진기지로 썼다면. 앞으론 우방국이나 국내에 공장을 세우면 보조금을 주고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신흥국시장에도 투자를 늘려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손실을 피하는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당분간은 투명성 있는 선진국 시장에 분산투자할 계획이다.

이현일/김동욱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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