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고용보험이 '졸속입법'인 4가지 이유

입력 2020-05-13 17:23   수정 2020-05-14 01:40

배우, 연주자 등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11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보험료를 낼 사업주 규정 등 핵심 내용을 대부분 시행령에 위임해 ‘졸속 입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취지와 달리 정작 무명 예술인들은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술인에 대해서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이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다음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1년 뒤인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예술인과 용역계약을 맺는 사업주는 고용보험 가입 신고를 해야 한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되는 예술인은 ‘문화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이직일 이전 2년(24개월) 동안 총 9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법 시행은 내년 5월이지만 실제 실업급여 수급자는 2022년 3월 이후에 나온다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이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한 것은 대부분의 예술인이 수입이 불규칙하고 소득이 있는 기간 외에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여 있어 생활안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정작 무명 배우와 작가 등은 실업급여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직하기 직전 2년 동안 총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가령 TV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는 2년 동안 9개월 이상 작품 활동을 해야 수급 자격이 된다는 얘기다.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 관계자는 “2년 동안 9개월 이상 출연할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며 “정말 어려운 연극인과 배우들은 고용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납부할 사업주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큰 문제점이다. 개정안 77조 2항은 한 예술인이 계약을 맺은 사업주가 다수이거나 여러 단계의 도급으로 하청 사업주가 여럿일 경우 고용보험 신고 의무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예술인을 비롯해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과 관련한 가장 큰 논란거리인 ‘주된 사업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추후 과제로 미룬 것이다. 향후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정부 시행령 마련 과정에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업급여 수급 요건 중 ‘재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는 조항도 모호하다. 일반 직장 근로자와 달리 예술 분야 특성상 인맥으로 일을 구하는 사례가 많아 구직 노력 증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 예술인은 약 5만 명으로 보험료 수입이 연간 2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다. 입·이직이 잦은 예술 분야 특성상 정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재정보전과 관련한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상임위를 통과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개정안을 논의한 11일 오전 고용노동소위가 열리기 전만 해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며 “하지만 여당에서 강하게 나오면서 주요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환노위를 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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