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5·18 진상 고백하면 용서의 길 열릴 것"

입력 2020-05-18 17:16   수정 2020-05-19 01:09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5월정신’은 코로나 극복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저력이 됐다”며 5·18민주화운동의 연대정신을 강조했다. 발포 명령자 등의 진상 규명은 물론 5월정신을 미래 세대와 국난 극복의 동력으로 삼자는 화두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광산동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0주년 기념식에서 “5월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희망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5·18기념식 참석은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직접 찾지 못했던 2018년에는 SNS를 통해 기념사를 전했다.

5월정신 언급하며 위기 극복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5월정신을 총 열 차례나 언급했다. 5월정신은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극복해가는 힘의 원천이라는 데 연설의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은 “병상이 부족해 애태우던 대구를 위해 광주가 가장 먼저 병상을 마련했고 ‘오월어머니’들은 대구 의료진의 헌신에 정성으로 마련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어려움을 나눴다”고 연대정신을 소개했다. 한 청년의 말을 인용해 “5·18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이 따로 있다면 그것은 아직도 5·18정신이 만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5월정신은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발포 명령자 규명,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 등에 대한 강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히면서도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진상 규명의 가장 큰 동력은 광주의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월정신은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받는 이웃과 역사, 희생자들에 대한 응답”이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미래의 청년들에게 용기와 원천으로 삼자는 게 연설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은 국가지정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광주 망월동 묘역이 아니라 총격전이 벌어졌던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은 5·18민주광장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연 데 대해 “항쟁 기간에 광장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랑방이었고 용기를 나누는 항쟁의 지도부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도청 앞 광장에 흩뿌려진 우리의 민주주의는 드디어 전국으로 확장됐고 열사들이 꿈꾸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됐다”고 했다.

5월정신을 빌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 위기 극복 의지도 다졌다. 문 대통령은 “위기는 언제나 약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며 “서로 돕고 나눌 때 위기는 기회가 되고, 우리의 연대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고 그들이 일어날 수 있을 때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의 힘도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2묘역 찾아 유족 위로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이후 2011년 조성된 망월동 제2묘역을 찾아 헌화하고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이 제2묘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제1묘역은 올 때마다 가서 이번에는 바로 2묘역으로 왔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5·18 당시의 구타 후유증으로 사망, 2묘역에 안장된 한 유족의 부인은 “대통령께서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시위를 더 많이 했었으면 광주의 피해가 적었을 텐데’ 하시면서 죄책감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죄책감은 나쁜 사람이 갖는 게 아니라 착한 사람이 갖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광주MBC 특별기획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대학생들의 ‘서울역 회군’으로 광주가 고립된 데 대한 부채 의식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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