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에도 '과거사법'은 왜 논란이 됐을까?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입력 2020-05-18 11:47   수정 2020-05-18 12:44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 피해자 최승우 씨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성을 벌이면서 주목을 받은 법안입니다.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드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법안 처리의 조건을 내걸면서 여야 간 합의가 지연됐습니다. 이를 두고 "통합당이 합의를 깨고 몽니를 부린다", "통합당이 약속을 깼다"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통합당이 내세운 조건을 따져보면 비판만 하기 어렵습니다. 통합당은 과거사법 개정안 제36조를 삭제할 것으로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개정안 제36조는 정부가 피해에 대한 배상 방안 등을 강구하며 배·보상 특별법을 제정하게 돼 있습니다. 통합당은 "배·보상을 위한 예산 규모가 4조7000억원으로 예측된다"며 이 조항을 삭제할 것으로 요구했습니다.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란 입장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 역시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은 피해자 보상을 명문화한 것이 핵심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제주 4·3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배·보상액은 1인당 평균 약 1억3000만원입니다. 지금까지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1만4363명. 이를 단순 계산하면 1조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추가로 확인되는 피해자가 늘어나면 배·보상액이 4조원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야당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도 국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습니다.

과거사법과 제주 4·3 특별법은 과거 국가에 의한 인권 유린의 국가 책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국가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규명돼야 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면 보상 방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하지만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배·보상 방안이 적절한지 여부는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라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법의 선한 의도만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딴소리한다고 비판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는 필요한 지적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야는 과거사법 개정안 36조를 삭제하고 오는 2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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