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 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후원금이 피해자들에게 사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MBC 'PD수첩'은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보내진 후원금과 관련해 집중 조명했다. 'PD수첩' 측은 '나눔의 집' 직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후원금이 피해자들의 생필품 등을 마련하는 비용으로 사용될 수 없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에 따르면 '나눔의 집'에는 매월 5, 6000여 명의 후원자들이 낸 후원금이 2억 원 가까이 들어온다. 이렇게 쌓인 후원금은 2020년 4월까지 72억 원 가량이라고. 하지만 2018년 '나눔의 집' 지출 내역에는 국가 지원비 외에 의료비, 장례비 그리고 재활치료비 등에 단 한 푼도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나눔의 집' 봉사자 A씨는 "할머니들의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그런데 재활 치료 같은 걸 전혀 지원해주지 않는다. 갈 때마다 항상 안타깝고 찝찝했다"고 털어놨다.
'나눔의 집' 직원은 "돈이 없는 게 아니고 정말 넘쳐난다. 하지만 할머니들에게 들어가는 건 어떤 사소한 것도 쓸 수가 없는 돈이 돼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할머니가 주체가 아니라 스님들이 주체인 거고 할머니들은 세 들어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의 정식 명칭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으로 법인으로 운영되고, 법인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조계종 스님들로 구성되어 있다. 'PD수첩' 측은 "후원금과 보조금은 나눔의 집 법인이사들의 책임 하에 사용된다. 법인 이사들은 후원금을 절약하여 토지 등을 구입하여 사업을 확대하려고 했다"며 "그들의 계획은 백여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건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유재석, 김동완 등 연예인들의 후원금 사용처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유재석의 경우 위안부 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지정기탁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의 없이 해당 금액이 생활관 건립에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직원은 "서류를 보면 유재석, 김동완 씨에게 지정기탁서를 받았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저희가 시청에 낸 지정기탁서에는 이분들의 것이 없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유재석의 소속사 측은 "유재석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써준 게 없다고 한다"며 "그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가슴 아파한다"고 전했다.
김정환 변호사는 "후원금은 목적에 구속되는 돈이다. 심지어 지정후원금은 '이렇게 사용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순간 그 자체가 범죄가 된다. 매우 큰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방송 예고편이 공개된 지난 18일 대한불교조계종은 입장문을 내고 "예고편을 통해 보여준 이러한 주장들은 전혀 사실이 아닌 일방의 왜곡된 내용"이라며 "나눔의 집은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종단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고 나눔의 집 운영과 관련해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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