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달의민족, 40조원 식자재 배송시장 진출

입력 2020-05-20 21:47   수정 2020-05-21 14:15



배달의민족이 40조원에 달하는 외식 식자재 배송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배민이 기존 음식 배달업을 넘어 ‘물류사업’에 도전장을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아워홈 동원홈푸드 등 식자재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전국 외식업체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고기, 채소, 소스는 물론 장사에 필요한 모든 부자재를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배송해주는 종합 쇼핑 플랫폼 ‘배민상회’를 열었다. 판매 품목만 1000개가 넘는다.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신선 배송해주는 ‘든든배송’ 서비스가 핵심이다. 외식업체들이 당일 재고를 파악해 배민상회 사이트에서 부족한 식재료를 주문하면 빠르면 하루, 늦어도 2~3일 내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배달로 시작한 배민이 유통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배민이 새로운 ‘경쟁의 룰’을 만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수도권 15곳에 소형 물류센터를 짓고, 우유 한 병과 라면 한 봉지만 주문해도 30분 안에 집으로 배송해주는 ‘B마트’를 열기도 했다.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에서는 B마트로,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는 배민상회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가정용 ‘라스트 마일(last mile: 걷기에 멀고 차 타기엔 모호한 거리)’ 수요와 외식기업용 식재료 배달 시장을 다 잡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민의 새로운 유통 실험은 편의점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은 물론 배달대행업, 프랜차이즈 외식업 등의 사업영역에 모두 걸쳐 있다. 가장 큰 경쟁력은 네트워크다. 배민을 통한 외식업체의 거래액은 2015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국 대부분의 외식업체가 배민 앱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배민이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수수료 정책을 바꿨다가 철회한 것이 이번 B2B 식자재 유통업 진출을 앞당긴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4년 만에 364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적자전환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할 신사업이 절실했다는 것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배민, 소스부터 육류까지 배송
작년 적자 쇼크에 '캐시카우' 발굴 승부수


‘비닐봉투, 치킨박스부터 치킨용 생닭에 꼬치용 삼겹살까지.’

배달의민족이 연 ‘배민상회’에는 없는 게 없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게 있다. 계란 한 판, 냉동 생닭, 치킨을 튀길 때 필요한 염지제와 일식 이자카야에서 쓰는 양념된 각종 꼬치 등 1000여 종이 넘는다. 배민상회를 이용하면 ‘창업 공부’가 필요 없다. 종이컵에서 식기, 냅킨과 주방 청결에 필요한 비품 등이 다 있다. 연간 40조원에 달하는 이 시장은 대기업 식자재 유통사와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수백 곳의 중소형 유통업체가 지키고 있었다.

배민 관계자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처음 창업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같은 식자재 종합 쇼핑몰을 만들었다”며 “원활한 식자재 물류로 질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도록 도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당 주방에 칼을 없애는 실험

배민상회에서 주문하면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누구나 음식 장사를 할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육류와 횟감으로 숙성한 생선, 각종 소스와 수입 식재료까지 다 판다.

외식업에서 식자재 유통은 핵심이다. 프랜차이즈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본사가 식자재 유통과 장사에 필요한 각종 비품을 일괄 공급해주는 ‘효율’이 있었다. 매장에서는 잘 다듬어진 식재료 등을 받아 가열하거나 조리하기만 하면 됐다. 같은 논리로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런 과정을 혼자 다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식당의 재고를 파악해 근처 할인마트를 찾거나 거래처에 전화로 주문해야 했다.

배민은 외식 식자재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배민 사장님 마트’를 열고 외식업에서 필요한 각종 공산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나무젓가락, 1회용 그릇, 종이컵, 냅킨 등 식당에서 필요한 비품이 대부분이었다. 더 싸고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며 자영업자들은 반겼다.

배민은 올해 이 영역을 신선식품으로 전격 확장하기로 했다. 기존 식자재 배송 시장은 오프라인에 집중돼 있어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이 전무했다. 정확히 겹치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으로 외식 경기가 침체한 것도 배민상회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장을 보러 나가고, 매일 재고를 체크하는 것도 다 사람이 필요한 일”이라며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데 배민상회가 생겨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된 신선식품 물류사업

배민의 물류사업 밑그림은 첫 흑자가 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외식 배달음식 전문 플랫폼을 넘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마켓컬리처럼 노렸던 것도 이때다. 부천 물류센터를 서울 송파구 물류센터로 옮겨 ‘배민프레시’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의 배민프레시 파트너사들이 주문 당일 생산한 식품을 12시간 이내 배송하는 사업이었다.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신선배송 사업이던 배민프레시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배민은 B2B에서 희망을 봤다. 외식 기업으로 타깃을 바꿨다.

배민은 지난해 말 B마트를 세워 1인 가구가 많아 배달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30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허마셴성이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 쓱닷컴 등이 자체 대형 물류센터를 거쳐야 하는 반면 배민은 ‘실핏줄 물류센터’ 전략을 쓰고 있다. 수도권 15개 지역에 소형 건물들과 주택가에 ‘배민 물류센터’를 마련해 배송 네트워크와 연결했다.

네트워크 파급력 어디까지

배민의 B2B 식자재 유통사업 진출을 업계가 위협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들이 가진 데이터와 네트워크다. 이미 지난 8년간 쌓은 전국 외식업 데이터를 통해 물류센터마다 해당 지역에서 잘 팔리는 메뉴에 적합한 식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신선식품의 판매 단가를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한 것에 대해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식자재 유통회사 관계자는 “마진율이 1~2%대인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1000여 개 품목의 B2B 공급 가격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며 “오프라인 식자재 업체들이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은 이번 사업 확장을 위해 식품 배송 전용 냉장·냉동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알려왔습니다]
본지 2020년 5월 21일자 1면 '배달의민족, 40조원 식자재 배송시장 진출' 기사와 관련해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상회는 배달의민족 앱에 입점한 식당들에게 배달에 필요한 용기 등 애로점을 해결해드리기위해 2017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며, 식자재도 업체들 요청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일부 공급 중이다. 또한 사업 확장을 위해 식품 배송 전용 냉장·냉동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바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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