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간송미술관, 보물 2점 경매 내놨다

입력 2020-05-21 17:54   수정 2020-05-22 03:19

국내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보물로 지정된 불상 두 점을 경매에 내놓는다.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5월 경매에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을 출품해 경매에 부친다”고 21일 밝혔다. 간송미술관 소장품이 경매에 나오기는 개관 82년 만에 처음이다.

경매에 나온 불상들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금동여래입상은 통일신라 때인 7세기 중반 불상으로, 팔각의 연화좌대 위에 정면을 보고 당당한 자세로 선 모습이다. 높이는 38㎝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국내 금동불상으로는 보기 드물게 키가 크다. 출토지는 정확하지 않고, 도금이 부분적으로 마멸됐으나 육계(肉)부터 대좌까지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나발(불상의 머리카락)이 선명하고 불상의 정수리에 상투처럼 높이 솟은 육계가 뚜렷하다. 살이 통통한 모습이며, 이마는 좁고 눈은 옆으로 길고 크다. 살짝 오므린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다. 양어깨를 덮은 법의(옷)의 오른쪽 옷자락이 살짝 흘러내려 어깨와 가슴이 드러난 형태도 독특하다는 평가다.

뚜렷한 나발의 표현, 이전에 비해 근엄해진 표정, 독특한 착의법, 대좌의 형식, 내부를 중공식으로 제작한 주조기법과 불상의 발바닥에 촉을 사용해 대좌에 고정한 기법 등으로 볼 때 삼국시대 불상에서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접어드는 전환기의 양식을 보여준다고 케이옥션은 설명했다.

높이 약 19㎝인 금동보살입상은 경남 거창에서 출토됐으며 6~7세기 신라 불상이다. 손을 앞으로 모아 보주(寶珠)를 받든 모습과 양옆으로 지느러미처럼 뻗은 옷자락이 7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호류사의 구세관음과 비슷하다. 백제 지역에서 크게 유행했던 봉보주보살상과 일본 초기 불상 사이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데 전 재산을 쏟아부었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을 비롯한 수많은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 문화재를 처음으로 경매에 내놓은 것은 2018년 간송의 장남인 전성우 전 간송문화재단 이사장이 별세한 이후 재정난이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신관, 대구 분관 건축 등을 추진하면서 자금난이 닥쳤고, 전성우 전 이사장 별세 후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돼 불가피하게 소장품을 팔게 됐다고 한다.

두 불상의 경매 시작가는 각각 15억원이다.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경매 당일까지 사전예약해 관람할 수 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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