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맥스터도 증설 난항인데…고준위 방폐장은 언제 착공하나

입력 2020-05-22 17:01   수정 2020-05-23 02:25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의 건식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월성 원전 맥스터가 2022년 3월이면 포화될 전망”이라고 밝히면서다. 증설 작업에 19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올여름 증설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제때 착공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를 영구 보관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건설하는 논의는 언제부터 이뤄질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전 폐기물 관련 궁금증을 풀어본다.


(1) 사용 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에 사용하다가 수명을 다한 우라늄 핵연료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약 750t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한다. 사용 후 핵연료는 높은 열과 방사능을 지니는 물질이므로 안전을 위해 특별하게 관리해야 한다.

사용 후 핵연료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사실상 같은 의미로 쓰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권고에 따라 한국은 방사성폐기물을 방사능 농도 등을 기준으로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폐기물로 구분한다. 현행법상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 후 핵연료를 원자력진흥위원회가 폐기하기로 의결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지정된다. 현재까지 폐기가 결정된 사용 후 핵연료는 없다.

(2)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종류는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은 임시저장시설과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로 나뉜다. 임시저장시설은 다시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국내에는 현재 임시저장시설만 있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 후 핵연료의 온도는 섭씨 300도에 달한다. 이에 내벽이 스테인리스강인 두꺼운 콘크리트 수조에 약 6년간 담가 냉각시킨다. 이 수조가 습식저장시설이다. 이후 콘크리트로 감싸 건식저장시설로 옮긴 뒤 공기로 열을 식힌다. 건식저장시설 중 캐니스터는 강철원통에 사용 후 핵연료(기당 540다발)를 보관한다. 맥스터는 직육면체형 콘크리트 건물에 사용 후 핵연료가 든 강철원통을 여러 개 보관하는 방식(기당 2만4000다발)을 쓴다. 현재 국내엔 월성 원전에만 건식 임시저장시설(캐니스터 300기, 맥스터 7기)이 있다.

건식저장시설에서 40~60년간 보관하면서 열과 방사능이 떨어지면 이를 땅속 깊이 묻어둘 영구처분시설(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로 옮긴다. 고준위 방폐장은 국내에 아직 없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에선 원전에서 사용된 장갑, 작업복 등만 보관한다.

(3) 재검토위원회는 무엇을 재검토하나

영구처분시설은 고준위 방폐장과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나뉜다. 예전엔 고준위 방폐장과 중·저준위 방폐장을 한 곳에 지으려고 했다. 1983년부터 아홉 차례 부지 확보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2003년에는 부안에 영구처분시설을 지으려다가 격렬한 반대 시위가 1년 넘게 이어졌다. 정부는 2004년 중·저준위 방폐장과 고준위 방폐장을 분리하기로 결정하고 200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세운 뒤 “2028년까지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확보하고, 2053년 가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국민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국정과제로 지난해 5월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했고, 공론화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재검토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6월 말까지 영구처분시설 관련 전국 공론화, 월성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지역주민 공론화를 마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4) 예상포화시점은 왜 자꾸 바뀌나

정부는 앞서 2018년 말 용역연구 결과를 통해 “월성 원전 맥스터 포화 시점은 2021년 11월”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포함 시점이 2022년 3월로 넉 달 늦춰졌다. 여기엔 월성 원전 출력 감소와 정비 기간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재검토위원회 관계자는 “월성원전은 안전을 위해 2010년대 초반부터 출력을 낮춰 운전 중”이라며 “월성 3호기의 2019~2020년 정비 기간을 50일로 계획했던 것이 실제는 226일로 늘어나면서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5) 딴 곳엔 맥스터가 필요 없나

지금 당장 원전을 모두 없앤다고 해도 현재까지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임시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필요하다.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가 될 고리 원전 1호 역시 습식 저장시설에 넣어두고 있다. 건식 저장시설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직 고리본부에 지을 건식 저장시설을 맥스터로 할지 등 구체적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6) 관리비용 감안하면 원전 경제성 없나

전문가들은 경제성이 있다고 본다. 원전 발전단가에는 이미 사용 후 핵연료 관리비용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매년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에 따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납부하고, 이를 발전단가에 반영하고 있다. 향후 원전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사후처리 복구정화비용), 원전지역에 대한 지원비용 등도 발전단가에 반영된다. 그래도 원전 발전단가는 약 60원/㎾h로 신재생에너지의 2분의 1 수준이다.

(7) 다른 나라는 어떻게 관리하나

각국 상황별로 다르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영구처분시설을 짓고 있다.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토섬에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지하 500m 암반에 시설을 만들어 11년간 안전성 확인과 검증을 거친 뒤 4중으로 밀봉해 처분하도록 설계됐다. 1980년대부터 논의를 시작해 2015년부터 건설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 96기를 가동 중인 미국은 1987년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했으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주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2021년까지 영구처리시설 전 단계인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기로 했다. 영구처리시설은 2048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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